▲5.18 유가족들5.18 행사 전야제에 참석한 5.18유가족 어머니들
김경내
색소폰을 불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그보다, 이젠 사람들과 격의 없는 사이가 되어서 오랫동안 연습실에 가지 못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는다. 미리내 색소폰 합주단 단원들은 거의가 교육계에 이바지하다가 퇴직하신 분들로, 같은 취미와 봉사활동이라는 같은 뜻을 가지고 모인 단체이다.
'미리내' 색소폰 합주단(단장 정용대)이 봉사활동을 하는 곳이 제법 많다. 광주의 빛고을 노인타운, 효령복지관, 남광주역, 노대동역 등등 그밖에도 요청이 오면 언제든 어디든 달려간다. 작년에는 광주 서구청에서 주최한 '제1회 아마추어 음악콘서트'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 중에서 올해의 행사 가운데 5.17 행사의 연주는 내 가슴을 뜨겁게 했다. 작년에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를 연주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색소폰으로 연주만 했었는데 올해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허밍으로 부르기도 하고 색소폰으로 연주도 했다.
경상도가 전라도를 이렇게 했네, 저렇게 했네, 하는 가운데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광주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것이다. 그것도 5.18희생자 유가족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하면서 웃기는 했지만 머리는 착잡하고 복잡했다. 이런 환경, 이런 이유로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한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이제는, 다시는 이런 일로 이 자리에 서는 일이 없기를 기원하며 연주를 했다.
소복에 검은 머플러를 목에 두른 어머니들이 연주하는 우리를 쳐다봤는데, 내 눈에는 나만 보는 것 같았다. 원망스런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또 미안했다. 이름 모를 영령들에게, 앞에 앉은 어머니들에게, 심지어 함께 연주를 하는 우리 단원들에게까지. 이 또한 자격지심이겠지만 어쩌면 이것이 조그만 나의 양심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새로운 정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을 해도 된다는 선언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는 것처럼 경상도 전라도 따지지 말고 더불어 어우렁더우렁 그냥 <우리>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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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따뜻한 화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쓴 책 : 김경내 산문집<덧칠하지 말자>
김경내 동시집<난리 날 만하더라고>
김경내 단편 동화집<별이 된 까치밥>
e-mail : ok_092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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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람이 광주서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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