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마포로6재개발 사업 구역. 철거를 앞둔 건물임을 알리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신상호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역 2번 출구, 롯데시티호텔을 지나 신촌 방면으로 30미터가량 올라가니, 철거 작업이 한창인 마포로6도시환경정비 구역이 눈에 들어왔다. 이 구역은 모두 1만6857㎡ 부지에 29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구역은 지난해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대부분 조합원들이 이주를 했다. 건물 철거도 한창 진행 중이었다. 아직 남아있는 낡은 건물에는 '철거가 진행되는 건물로 쓰레기 투기 등을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턱없이 적은 보상금, 법대로 손해 받아들일 수 없어"겉보기는 별문제 없이 진행되는 것 같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철거가 이뤄지지 않은 건물에서 아직도 영업을 하는 세입자들도 있다. 관리처분 인가가 끝나 철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원칙대로라면 이들은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
"험한 꼴 당하기 전에 나가야 한다고 해요. 그런데 손해를 보면서 무작정 나가는 게 맞는 건가요?"이날 만난 박제연씨는 해당 구역 내 건물에서 학원을 운영 중이다. 건물 뒤편에서는 굴삭기 1대가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고, 폐자재를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도 쉴 새 없이 오갔다.
그는 지난 2010년 2월 이 구역에 속한 공덕 빌딩에 이 음악학원을 냈다. 모두 4개 층, 170평 크기로 규모도 컸다. 방음 등의 시설을 갖춰야 하는 음악학원이라 1개 층당 시설비만 1억 원 가량을 썼다. 몇 년간 영업을 하면서 학생들도 200여 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재개발이 본격 진행되면서, 세입자인 그는 나가야 했다. 토지소유주가 아닌 세입자는 재개발 사업에 찬반을 논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토지소유주가 결정하면, 세입자는 그냥 나가야 한다. 법이 그렇게 정했다.
대신 도시환경정비법은 세입자들에게 영업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정한다. 감정평가에 따라 그에게 주어진 영업보상금은 9000만 원 수준이었다. 박씨는 학원 설비에 들인 금액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나갈 수는 없었다. 법이 정한대로 그냥 손실을 받아들이긴 억울하다.
"돈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서울시 쪽도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해요. 하지만 보상금만으로는 이 근처 지하 건물 한 칸도 얻을 수 없습니다. 법에서 정했다고 해도 손해를 당연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세입자가 할 수 있는 수단 없지만, "끝까지 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