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력 강사의 사과 "선배의 진정성 이해 바라"

한국외대 주의 및 사과 권고만, 적극적 재발 방지 대책 없어

등록 2017.06.02 20:59수정 2017.06.0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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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가 이번 학기 발생한 시간강사의 강의 중 폭언·폭력과 관련해 당사자 사과만 권유할 뿐, 적극적인 재발 방지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해당 강사에 대해선 지난해에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학교 측은 이를 파악하지도 못했다.

한국외대는 지난달 19일 등 이번 학기 강의 중 일어난 폭언·폭력과 관련해 해당 강사인 김아무개씨와 면담을 진행하고 주의를 줬다고 지난 1일 <오마이뉴스>에 밝혔다. 학교 측은 "사건을 지난달 22일에 알게 됐다"며 "(김씨와) 교무처장, 교양대학장이 면담을 진행"했고 "상황을 공유, 주의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면담 중 김씨가 "학생들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도 밝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전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전경HUFS NEWS

강사 사과는 시켰지만, '부실 사과' 내용은 파악 안 해

김씨는 지난달 26일 강의에서 사과 발언을 내놨다. 김씨는 수업 시작 전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내 강의 스타일에 대해선 반성을 하고 바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교무처장 얘기로는 언어폭력이 심하고 때린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고 전해 들었다면서도 "내 강의 스타일이 여러분이랑 안 맞았던 것", "선생이고 여러분들의 선배로서 여러분을 대하는 어떤 애정이랄까? 내 진정성을 여러분들이 이해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내가 때린다든가, 그걸 내가 그렇게 심하게 했나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런데 언어는 내가 일부러 조금 강하게 사용했던 그런 점도 있다. 그런 것도 여러분이 용납을 못 한다면 조심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해명 내용은 자신의 폭언과 폭력적 행위를 스스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자신의 폭언과 폭력적 행위가 '강의 스타일'이며, 진정성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해명이다. 김씨의 사과를 들은 일부 학생들은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씨의 사과가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학교 측은 사태 해결을 김씨에게만 맡겨 둔 상태다. 학교는 김씨의 사과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학교 측은 "해당 강사의 사과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파악하고 있냐"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수업시간에 사과를 진행한 거라 어떤 방식으로 사과가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해당 강사에게 사과 내용을 확인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두 학기 연속 폭언 문제 제기... 학교는 "몰랐다"


김씨가 학생들을 이렇게 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문제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지난해 12월에도 페이스북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김씨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제보자는 김씨의 폭언 사례를 나열하면서 "(김씨가) 성차별적이고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 "교수님의 권위적이고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 외국인 학생들에게 혹은 다른 의식 있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심히 걱정된다"고 썼다. 실제로 지난해 김씨의 수업을 들었다는 학생은 기자와 만나 수업시간에 폭언이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번 학기 수업에서도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학생을 두고 공개적으로 "얘들아, 알겠지? 외대가 얼마나 망해가고 있는지"라며 면박을 주는 한편,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 유학생을 향해서는 "한국말도 못 알아듣는 놈"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학생 때리고 외국인 비하, '글로벌 한국외대' 맞아?)

학교 측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학내 독립언론 <외대알리>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hufsalli/?fref=t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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