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5월 12일 '4. 13 호헌'을 비판하고 독재정권의 폭력성을 폭로하는 대자보와 이를 꼼꼼히 읽고 있는 대학생들
경향신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작년 가을에 아들 친구가 구속된 모양이에요. 줄곧 같은 학교를 다녔던 친한 사이라 저도 잘 알고 있던 아인데...
작년에 대학엘 갔으니 이제 2학년인 셈이죠. 한눈 한 번 안 팔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아이였어요. 우리 애랑 친하게 지내더니 대학도 같은 학교를 가더라고요. 올해엔 두 녀석이 군대도 같이 갈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선배들과 무슨 공부를 하다 잡혀간 모양이에요.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요즘 세상을 보면 걱정이 많이 드네요.
올해 초엔 같은 학교 학생 한 명이 경찰서에 끌려갔는데 결국 죽어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경찰이 찾던 사람은 다른 학생이었데요. 찾던 학생과 아는 사이라고 참고인으로 잡아간 거라 하더라고요. 다짜고짜 옷부터 다 벗기고 물고문을 했나봐요. 그러다 그 사달이 난 거래요. 사람 목숨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데, 우리나라 경찰들은 그걸 잘 모르나 봐요.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죄를 짓지 않아도 경찰에게 잡혀갈 수 있고, 운 나쁘면 고문을 받다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세상이라는 말이잖아요. 우리 아들같이 평범한 애들도 어느 날 갑자기 경찰한테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이러니 어떻게 마음 놓고 살 수 있겠어요. 이건 잘못돼도 뭔가 크게 잘못된 일이죠. 절대 그냥 넘어가선 안 될 일이에요.
역사를 기록하는 30대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