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가 익어가고, 반딧불이가 있는 마을

[사진] 포천시 내촌면에 다녀와서

등록 2017.06.19 18:05수정 2017.06.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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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는 도시로 떠나고, 나이드신 어른들은 전원생활을 동경합니다.


군대 친구가 경기 포천시 내촌면에 살고 있는데, 옛 군대친구 6명이 1박 2일로 내촌에서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16일 낮 12시에 만나기로 하였는데 한 친구는 일이 있어 못 온다 하고 다른 한 친구는 17일에 온다고 합니다.

내촌에서 만나기로 하고 2주 간은 내촌 생각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내촌 친구는 카톡에 앵두며 보리수 익은 열매를 올리며 내촌 생활을 알려 옵니다. 평소 빠르게 지나던 시간이 왜이리 느리게 지나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친구가 보고 싶은 것인지 내촌의 풍경이 보고 싶은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16일 마포에서 친구 4명이 만나 내촌을 향하여 달려 갑니다.

a  밤꽃이 흐드러지게 핀 내4리

밤꽃이 흐드러지게 핀 내4리 ⓒ 이홍로


a  산책길에 만난 코스모스

산책길에 만난 코스모스 ⓒ 이홍로


a  산책길에 만난 인동초

산책길에 만난 인동초 ⓒ 이홍로


a  내4리 마을 풍경

내4리 마을 풍경 ⓒ 이홍로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청정지역

친구 집은 내촌 중학교 뒷마을에 있습니다. 친구는 여기서 농사도 조금 짓고 각종 장비에 들어가는 전자 부품을 조립하여 납품을 하기도 합니다.


늦은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건강한 친구들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점심을 먹고 시골집에서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군 제대 후 각자 다른 직장을 가지고 살아 왔으니 할 이야기도 많습니다. 이제 은퇴를 하고 쉬면서 여행을 즐기는 친구도 있고, 아직도 사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오후 5시입니다. 저녁은 마당에 가마솥을 걸고 닭백숙을 해 먹기로 합니다. 가까이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로 다 같이 장을 보러 갑니다. 닭 세마리, 엄나무, 황기, 마늘과 음료 등을 구입하여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가마솥은 친구가 이미 깨끗하게 씻어 놓았습니다. 닭을 손질하여 솥에 넣고, 엄나무, 황기, 마늘을 넣고 불을 지폈습니다. 짭쌀을 씻어 압력 밥솥에 밥을 합니다. 나이든 남자들도 이제 요리를 제법 합니다. 아내에게만 의지하다간 구박받기 일수이니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합니다.

1시간 정도 끓이니 백숙이 완성되었습니다. 짤밥도 잘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상에 둘러 앉아 막걸리도 한잔씩하며 먹는 백숙은 정말 맛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친구가 주금산 자락 산책길에 반딧불이가 있는데 가 보자고 합니다. 산책길 옆에는 벼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요즘 가물어서 논에 모내기도 못하고, 물이 없어 벼가 죽어가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여기는 주금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물걱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두어진 시골길을 후레쉬로 비추며 걸어 갑니다. 마을의 개들이 짖어댑니다. 20분 정도 걸었는데 산책길 옆 숲에서 반짝반짝 반딧불이가 날아 다닙니다. 친구는 "다른 때는 반딧불이가 많은데 오늘은 몇마리 없네"라며 아쉬워 합니다.

a  산책길 옆의 엉겅퀴

산책길 옆의 엉겅퀴 ⓒ 이홍로


a  산책길에서 만난 산딸기

산책길에서 만난 산딸기 ⓒ 이홍로


a  내4리 명품 소나무

내4리 명품 소나무 ⓒ 이홍로


a  마을 담장의 덩굴장미

마을 담장의 덩굴장미 ⓒ 이홍로


a  반딧불이를 보러 가던 시골길 풍경

반딧불이를 보러 가던 시골길 풍경 ⓒ 이홍로


친구는 새벽마다 주금산 아래까지 산책을 한다고 합니다.

새벽 4시 30분이 되니 친구가 일어나 옷을 입고 산책 나설 준비를 합니다.  일부러 깨우지도 않았는데 모두 일어나 산책을 나섰습니다. 아직 새벽 5시 전인데도 밖은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어젯밤 반딧불이를 보았던 길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산책을 나오셨습니다. 서로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숲길에는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그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논에는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산 그림자는 논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친구가 산자락으로 조금 올라가면 명품 소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모두들 가 보자고 합니다. 가는 길 옆에는 빨간 산딸기가 먹음직스럽게 익었습니다. 하나씩 따 먹으며 '야! 참 맛있다"고 한마디씩 합니다. 산책을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는데 밥이 꿀맛입니다.

친구가 진공관 엠프를 직접 조립하였는데 오디오 음질이 아주 좋습니다. 음악 감상도 마음껏 즐깁니다. 도시 아파트에서는 음악을 크게 틀지 못하는데 여기는 음을 크게 해도 옆집에 들리지 않아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안산에서 출발한 친구도 도착하여 포천 주변을 돌아 보았습니다. 옛 물건들을 경매하는 곳도 돌아 보았는데, 정겨운 우리 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1박 2일로 다녀온 내촌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친구들 모두 헤어짐을 아쉬워 합니다. 3개월에 한 번씩 만나니 다음 모임을 기다립니다. 40년 전에 군대생활을 같이 하고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있다고 하면 다른 친구들은 놀라서 묻습니다.

"군 제대 후 그쪽 방향으로 오줌도 누지 않는다는데 군대 친구를 지금도 만난다고?"

#내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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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취미가 있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산행기록 등을 기사화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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