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30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 해결을 위한 특위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훈, 정춘숙, 남인순 위원, 이언주 간사, 양 위원장, 한정애 위원.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전문가집단은 박수와 함께 손가락질을 받을 두 요소를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천식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을 구제해주기 위해 1년 가까운 노력 끝에 이날 초안을 만드는 데는 전문가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6년간 굼벵이 피해자 인정과 지원 정책을 펴는 데 대해서 전문가 집단은 대체적으로 수동적인 자세를 취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주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데 그쳤다.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는 소홀히 한 것이다.
물론 한국환경보건학회 소속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제가 문제가 된 초기에 정부가 피해자 조사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자 십시일반으로 연구비를 모은 뒤 피해자 방문조사를 벌여 조사보고서를 내는 등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이 집단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데는 피해자 등의 기대에 못 미친 것 또한 사실이다.
전문가 집단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소극적이다 보니 피해자를 발굴하고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질환 확정과 피해 판정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너무나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참여하는 전문가들도 의학, 환경보건, 독성, 화학 등 이공계 학자와 일부 법학자·법조인 등으로 한정돼 있다. 사회학, 언론학, 심리학 등 다양한 사회과학자들의 참여도 절실하다.
문제 해결에 의학·자연과학자와 사회과학자 힘 합쳐야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의학이나 자연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결코 아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다학제적 연구와 함께 완전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사회적 합의 등과 같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피해 질환과 판정 기준 등을 위해 애쓰는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지닌 역할의 한계를 알고 그것을 넘어서는 사안에 대해서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 다음 단계로 제때 넘어가도록 협조하는 솔직한 자세가 필요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국가(정부)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의 역할이 필요하겠지만 법 전문가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너무나 많다. 가습기살균제 구매가 너무나 오래전에 이루어진 일이어서 가습기살균제 구매·사용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꽤 많다. 이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도 전문가들의 아이디어와 목소리가 필요하다.
또 가습기살균제가 폐나 호흡기 계통뿐만 아니라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다양한 장기와 조직에서 독성과 질병을 일으킨다면, 그리고 그 질병과 증상은 다른 많은 요인에 의해서도 일어나는 것이라면 어떻게 감별진단 할 것인가 하는 것도 난제 중 난제다. 의학적으로 증명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릴지 모르며 증명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전문가들이 집단지성으로 해결책을 만들어 정부에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전문가 집단은 공과가 모두 있다. 전문가집단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진 빚을 생각하고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생각하는 전문가 윤리가 있다면 당연히 지켜만 보거나 홀로 모래알처럼 흩어져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힘을 뭉쳐 한목소리로 크게 외쳐야 한다. 전문가들이 상아탑이나 연구실 안에만 있지 않고 고통받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과 함께할 때 해결이 어려워 보이는 많은 문제의 매듭이 하나씩 차례로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공유하기
가습기살균제 참사, 박수갈채-손가락질 동시에 받는 전문가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