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네게 닿을게 내가 있을게
김형태
4.16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참여목포로 가는 차 안에서, 참여하게 된 계기와 세월호에 대한 생각들을 들었다. 많은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자는 뜻에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세월호도 인양됐고 새 정부도 출범했으니 이제 그만하자, 다른 일들도 많은데 언제까지 세월호 문제에 매달려 있을 것이냐고 말한다고 한다. 이주연 교사는 "3년이 지났지만 끝난 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고, 이상걸 교사도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고, 계속 관심 가져야겠다는 뜻에서 합류했다"고 말했다.
권혜령 교사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된다. 특히 자기가 경험하지 않는 일은 더욱 빨리 잊게 된다"며 그러나 "발로 뛰어다니며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는 덜 잊기에, 잊지 않기 위해 오늘 시간을 냈다"고 말했고, 이길순 교사는 "단원고 운동장 계단에 새겨져 있던 노란 리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교육청의 누리집에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팝업창이 사라져 놀랐다"고 말문을 연 뒤, "3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탈상하듯 세월호 지우기 작업을 하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백순옥 교사는 '효순미선 15주년 추모문화제' 다녀온 일을 이야기하며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며 "목포까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속히 접근성이 좋은 화랑유원지에 안전공원이 마련돼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망각과 기억의 싸움'에서 나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그러고 보니 고 권오천 학생의 형 권오현씨에게 "가장 힘들 때가 언제냐"고 물으니 "내가 동생의 존재를 까먹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있을 때"라고 말한 것처럼, 어떤 의미에서는 세월호 투쟁은 '망각과 기억의 싸움'이고,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며 '기억하기 위한 발버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차원에서 준비한 세월호 관련 영상을 목포 가는 버스 안에서 시청했다. 세월호 생존자의 3년의 시간을 담아낸 <승선>, 동생을 잃은 세 명의 형제자매들의 이야기 <오늘은, 여기까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했던 민간잠수사 고 김관홍씨의 삶을 담은 <잠수사> 등 6편이었다. 모두에게 가슴 아픈 기억이었던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각기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담아내어 가슴 먹먹한 울림을 선사했다. 영상을 보면서 몇몇 교사들은 말없이 흐느끼며 계속 눈시울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