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 작게 붙은 예산공업소가 가게의 원래 상호다. 어씨네금방은 1990년부터 15년 동안 운영했다. 한자리수, 두자리수 국 전화번호가 긴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무한정보> 이재형
충남 예산군 예산읍 원도심 한복판, 화려했던 번성기를 뒤로 하고 물러앉은 골목 안에는 '어씨네금방'이란 커다란 간판이 녹을 털어내고 있다.
1990년에 지은 깔끔한 3층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기 한 세기의 시간이 통째로 묶여있다. 사방 벽면엔 시대별로 멈춰선 초침과 골격만 남은 저울에 얹힌 세월의 무게가 읽힌다. 일제강점기에 선을 보인 벽시계, 탁상시계, 손목시계들이 어떤 것은 온전한 모습으로 또 어떤 것은 반쯤 분해된 채 태엽을 드러내고 널브러져 있다.
그뿐 아니다. 해체됐거나 반쯤 골격만 남은 저울과 금고의 수많은 부속품들이 20평 남짓한 가게 안에 구역다툼 없이 켜켜이 쌓여있다. 마치 시기를 달리한 지층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다만, 어씨네'금방' 안에는 눈을 씻고 찾아도 '금붙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게 역사에서 금방을 운영했던 건 1990년부터 15년 동안 만이다.
가게의 실제상호는 '예산공업소'. 시계, 저울, 금고를 수리하고 부속품을 제작하는 정밀공업분야의 장인정신을 2대째 이어온 집이다.
과거 예산에 '장항선 일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곳이 여럿이었던 것처럼 이곳도 당연히 그렇다. 시계, 저울, 금고 수리분야에서 장항선 일대 최고의 집이 바로 예산읍내에 있는 '예산공업소', 일명 '어 박사네'였다.
정밀공업분야 제작 수리 장항선 일대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