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청사 내 전시물을 보고 있다.
이희훈
지난 18일, 강경화씨가 드디어 외교부 장관으로 공식 임명됐다. 지난 5월 21일 장관후보자로 지명한 지 28일 만이다. 대다수 야당의 공식 입장은 시종 일관 '강경화 임명 철회'였으나, 각 정당의 개별 의원 중에선 방송에 나와 강경화 개인이 쌓아온 역량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방송인 유시민씨는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비아냥거리고,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얼굴 마담"이라 폄하하고,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간 여객선 선장이면 몰라도 전시 항공모함 함장을 맡길 수 없다"며 전문성과 자격을 의심했다. 그들이 앞세운 논리는 자격과 전문성이자 실력에 대한 문제 제기였으나, 이는 명백한 성차별적인 발언들이다.
이런 데자뷔는 많다. 2014년 공사에서 여생도가 최초로 1등을 하자, 공사는 심사 기준을 문제 삼아 1등과 2등을 뒤바꾸려고 시도한 바 있다.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이해찬, 정청래 의원에게 "정무적 판단"이라는 중립적인 언어로 그 이유를 해명했던 반면, 이미경 의원에게는 "의정 활동 저조"라고 설명했다. 여성으로서 최초 6선을 바라보던 이미경 의원에게 정치적 오명을 남긴 것이다. 능력주의의 중립적인 포장 이면에는 남성의 언어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각 단체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 없이 범여성계의 지지 선언이 잇따랐다. 여성계 31개 단체는 "강경화 장관 후보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기구에서 다져진 폭넓은 경험과 전문적 지식으로 우리나라의 산적한 외교 현안을 유연한 감각으로 잘 처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여성 최초 외교부 장관의 막중한 소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최선의 적임자로 열렬히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의기억재단 및 일본군 '위안부'연구회를 비롯한 저명한 여성 인사들도 "강 후보자 지명에 대한 조속한 인준으로 2015 한일합의를 비롯한 외교 현안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신속히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강 후보자는 국제사회에서 여성·인권에 대한 가치를 우선하며 한국의 외교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인물"이라고 강조하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용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여성계의 목소리는 야당에게 외면당했다. 야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두고 "더 이상 협치는 없다"며 투쟁의 제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