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 3. 3. 미군부대 근처 천막에서 한국의 여인들이 미군의 세탁물을 빨래하고 있다.
NARA
한국전쟁 당시 피란지에서 심지어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과 양식을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스스로 치마를 걷어올린 여성들도 없지 않았다. 전선에서 남편이 유골상자로 돌아오면 아내는 그때부터 가장으로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며, 교육까지 모두 떠안게 마련이다.
영국의 극작가 T 모어는 한 작품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랜 전쟁 중 쌍방이 모두 피곤하여 이윽고 평화가 왔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금, 남편을 잃은 부인, 의족(義足), 그리고 빚 등이다."또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지드는 <지상의 양식>이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간이 조금만 덜 돌았더라면 전쟁으로부터 생기는 비극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어쩌면 전쟁은 가장 미친 짓이 아닐까? 더욱이 동족끼리 강대국의 사주로 전쟁놀이를 한다는 것은. 나의 고교시절 한 교사는 수업시간 눈밖에 벗어난 두 학생을 앞으로 불러낸 뒤 서로 뺨을 때리게 했다. 처음 두 학생은 마지못해 슬쩍 슬쩍 상대의 뺨을 쳤다. 그러자 그 교사는 시범으로 한 학생의 뺨을 세게 치고는 그렇게 하도록 사주했다.
그때부터 두 학생은 결사적으로 서로 상대를 팼다. 마침내 두 학생은 코피를 흘리는 등, 기진맥진 쓰러졌다. 지난날 한국전쟁은 그런 게 아니었는지….
남북의 지도자들은 지금 내가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 그게 겨레를 살리는 길이고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이런 일을 앞장 서서 하는 게 후세 역사에 남을 진정한 겨레의 지도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