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구분 없이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

[일상 바라보기] '고정문' 옆에 뜬 반가운 '무지개'

등록 2017.07.03 09:54수정 2017.07.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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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책방을 찾았습니다. 친구의 생일을 맞아, 몸보신을 하고 나서, 차를 한 잔 해야 하는 여성동지들입니다.
동네 책방을 찾았습니다. 친구의 생일을 맞아, 몸보신을 하고 나서, 차를 한 잔 해야 하는 여성동지들입니다. 이창희

친구의 생일입니다. 요즘 들어 컨디션이 별로라는 친구를 핑계로, 더 더워지기 전에 서둘러 백숙으로 몸보신하고, 동네의 작은 책방 겸 찻집에 들렀습니다.


문을 열려고 손잡이 쪽을 보니, '반가운 손님'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진을 찍겠다며 문을 잡고 서 있었어요. 카메라 초점이 잘 잡히지 않아 얼마간 더운 공기를 조용한 책방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땀이 삐질, 흘러내렸지만 포기할 수 없는 장면이었어.

'죄송합니다. 초점이 잘 안 잡혀서요.'

문을 잡고 한참을 서 있게 한 무지개 친구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들어갔는데, 저 작은 무지개 조각을 찍겠다며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반가워서요!
문을 잡고 한참을 서 있게 한 무지개친구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들어갔는데, 저 작은 무지개 조각을 찍겠다며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반가워서요!이창희

문에서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계신 분께 서둘러 사과했습니다. 보이세요? 사진에서 보이는 무지개 상징은, 분명히,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의미일 것입니다.

'고정문'이라는 안내표지가 무색하게도, 우리 사회는 분명히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것이 문에 붙은 무지개 표식의 의미가 아닐까요?

화장실엔 신인류가? 이런 표지판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전 처음이라서요!
화장실엔 신인류가?이런 표지판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전 처음이라서요!이창희

이럴 수가! 손을 씻으려고 화장실을 찾아갔는데, 여기서도 반가운 상징을 만났습니다. 부랴부랴 사진기를 들고 와서 프레임에 담아봤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분명히 알겠는데,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은 어딘가 어색하긴 하지만, 의미는 선명하게 다가왔어요. 이 공간, 경북 포항이라는 '보수적인'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긴 한데…. 너무 반가웠습니다.


맞아요. 세상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생일 때인 1990년대 초반이었을까요? 영화평을 써보겠다며 닥치는 대로 영화 콘텐츠에 매달리고 있을 때, 저를 괴롭히던 두 종류의 장르가 있었답니다. 하나는 (여전히 보지 못하는) '공포물'이었고요, 다른 하나가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인 '퀴어영화'였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마음으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저 <필라델피아>(1993)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8)에서 나타나는 단편적인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지던 장르였어요. 제가 아무리 양조위와 왕가위 감독을 좋아했어도, <해피투게더>(1997)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것은 '동성 커플의 사랑' 때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분명 조금씩 전진하고 있습니다. '동성애'라는 멀어 보였던 주제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자 '차이'의 문제가 됐고, 대통령 후보 TV토론장에서도 당당하게 논의되는 주제가 됐잖아요.

저도 이젠 '퀴어'로 구분되는 영화를 피하지는 않을 정도로 생각이 바뀐 것도 같아요. 광장에서 마주치게 된 무지개 깃발을 보면서도, 그들의 당당한 주장이 반갑게 느껴졌거든요.

가뭄으로 바짝 마른 대지인데, 공기는 점점 더 습해지고 있습니다. 무더위의 한가운데서 반가운 변화를 발견하고는 수다가 길어졌네요. 모두, 건강한 여름 되세요!
#일상 바라보기 #세상의 진보 #동성애의 문제 #무지개 싸인 #희망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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