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엔 신인류가?이런 표지판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전 처음이라서요!
이창희
이럴 수가! 손을 씻으려고 화장실을 찾아갔는데, 여기서도 반가운 상징을 만났습니다. 부랴부랴 사진기를 들고 와서 프레임에 담아봤습니다. 남성과 여성은 분명히 알겠는데,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은 어딘가 어색하긴 하지만, 의미는 선명하게 다가왔어요. 이 공간, 경북 포항이라는 '보수적인'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긴 한데…. 너무 반가웠습니다.
맞아요. 세상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생일 때인 1990년대 초반이었을까요? 영화평을 써보겠다며 닥치는 대로 영화 콘텐츠에 매달리고 있을 때, 저를 괴롭히던 두 종류의 장르가 있었답니다. 하나는 (여전히 보지 못하는) '공포물'이었고요, 다른 하나가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인 '퀴어영화'였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마음으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저 <필라델피아>(1993)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8)에서 나타나는 단편적인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지던 장르였어요. 제가 아무리 양조위와 왕가위 감독을 좋아했어도, <해피투게더>(1997)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것은 '동성 커플의 사랑' 때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분명 조금씩 전진하고 있습니다. '동성애'라는 멀어 보였던 주제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자 '차이'의 문제가 됐고, 대통령 후보 TV토론장에서도 당당하게 논의되는 주제가 됐잖아요.
저도 이젠 '퀴어'로 구분되는 영화를 피하지는 않을 정도로 생각이 바뀐 것도 같아요. 광장에서 마주치게 된 무지개 깃발을 보면서도, 그들의 당당한 주장이 반갑게 느껴졌거든요.
가뭄으로 바짝 마른 대지인데, 공기는 점점 더 습해지고 있습니다. 무더위의 한가운데서 반가운 변화를 발견하고는 수다가 길어졌네요. 모두, 건강한 여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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