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경찰의 조지 펠 추기경 아동 성범죄 혐의 기소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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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이자 교황청 재무원장인 조지 펠(76) 추기경이 모국인 호주에서 과거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면서 교황청이 충격과 혼돈에 휩싸였다.
AP·CNN·BBC 등 주요 외신은 29일(현지시각) 호주 빅토리아 주 경찰이 펠 추기경을 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하며 다음 달 18일 멜버른 법원에서 열릴 첫 공판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셰인 패튼 빅토리아 주 경찰청 차장은 기자회견에서 "펠 추기경을 역사적인 성범죄 혐의로 기소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다수의 혐의와 고소인이 있다"라며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패튼 차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펠 추기경에 대한 어떤 주장도 아직 법원에서 명백하게 다뤄진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다른 피고인들처럼 펠 추기경도 정당한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펠 추기경은 국가로 치면 교황청의 재무장관이자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최고위 성직자"라며 "교황청으로서는 기존 성직자들의 아동 성범죄 스캔들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 정부는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 2013년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펠 추기경은 사제들의 성범죄를 은폐하고 피해자들의 호소를 묵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펠 추기경도 직접 아동 성추행에 가담했다는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현재 40대인 호주의 두 남성이 1970년대 수영장에서 당시 펠 신부로부터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피해 사례가 1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펠 추기경 "모든 혐의가 거짓" 결백 주장펠 추기경은 교황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펠 추기경은 "나에 대한 혐의는 모두 거짓(false)"이라며 "잔인한 인격 살인의 희생자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성범죄를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내가 결백하다는 것을 완전하고 분명하게 증명하기 위해 어서 법정에 서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호주 출신인 펠 추기경은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하다가 사제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보수성이 강한 교황청에서도 '정통 보수'로 불리며 동성애, 낙태, 배아줄기세포 등의 반대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멜버른 대주교, 시드니 대주교 등을 역임하며 호주를 대표하는 성직자인 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임을 받으며 교황청 재무원장과 추기경 자문위원단 등 고위직을 맡고 있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재정 개혁 과정에서 보여준 펠 추기경의 정직성에 고마움을 표한다"라며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속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펠 추기경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그러나 교황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만약 펠 추기경의 혐의가 사실로 확정될 경우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론이고 가톨릭 전체가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자국이 배출한 최고위 성직자를 기소하게 된 호주도 충격에 빠졌다.
최고위 성직자마저 성범죄 연루... 교황청 '초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