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트럼프 만남 직전에... 미, '북한 지원' 중국은행 제재

중국 단둥은행 '돈세탁 우려기관' 지정... '제2 BDA 사태' 우려

등록 2017.06.30 12:07수정 2017.06.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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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상견례 및 만찬을 위해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상견례 및 만찬을 위해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금융거래가 금지된 북한 기업을 도운 중국 은행에 대한 직접 제재를 시작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29일(현지시각) 중국의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하고, 이 은행과 미국간의 거래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미국이 애국법 311조에 따라 관련 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재무부는 또 북한과 거래한 리홍리(53), 순웨이(35) 등 중국인 2명과 다롄국제해운 등 기업 1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북한의 계속되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단둥은행은 금융 거래가 금지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기업들이 수백만 달러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면서 자국 금융기관에 북한 은행의 국제금융망 접속을 도운 단둥은행과의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라고 통보했다.

미국은 그동안 단둥은행이 돈세탁을 비롯해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의 통로 역할을 했다고 의심해 왔다고 한다. 단둥은행은 2005년 BDA(방코델타아시아) 은행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 의해 자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됐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신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은 북한 정권을 돕는 개인과 기업, 금융기관에 대해 제재를 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낸다"면서 "단둥은행 규제는 이 조치(북한의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에 따라 중단시킨 첫 은행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계속해서 이러한 행위를 찾아서 제재할 것"이라면서 "북한으로 가는 모든 자금을 차단하는 데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05년 '9.19공동성명' 무력화한 '제2의 BDA' 우려

미 재무부의 중국 단둥은행 '돈세탁 우려기관' 지정 조치는, 북핵 문제 해결의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았던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무력화한 BDA은행 사태를 연상시킨다.

'9·19 공동성명'이 나오기 4일 전인 9월 15일 미국 재무부가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이 북한 위조달러 유통, 마약거래 자금세탁 의혹이 있다며 이 은행을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하고, 여기에 예치돼 있던 북한 자금 2500만 달러와 북한 소유 의심 계좌 자금도 모두 동결했다. 그리고 9.19공동성명 발표 바로 다음날 이를 관보에 게재했다.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6자회담을 거부했고 결국 2006년 1차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위기 국면이 장기화하자 미국은 2007년 4월  BDA북한 계좌를 제재 이전 상태로 환원한다고 발표했으나, 9.19공동성명은 동력을 잃고 말았다.


미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그 내용과 함께 발표 시점도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 직전에 발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한국이 한반도 정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왔으며,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을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목표로 상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가 나왔다.

문재인-트럼프 첫 만남 직전 발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위원인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중국에게 북한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라는 메시지"라는 전제 아래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에 한국이 앞서나가는 것을 싫어 하는데,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북핵문제 해결 방안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기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에는, 북핵 문제에 대해 별다른 플랜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문제 해결 방안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제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런 흐름이 이번 조치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제어' 성격도 있다는 것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엄밀하게는 (북한과의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불법 거래'를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를 일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주목된다"면서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도 불쾌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어 "치명적일 것이냐는 바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북중 무역에서 단둥의 비중이 큰 곳이기 때문에 제재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청와대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외교부는 논평이나 성명 등이 아닌 당국자 발언으로 "미국 정부가 법과 행정명령에 따라 북한과의 불법 활동에 연루된 금융기관과 기업, 개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보완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이에 관련한 활동을 차단함으로써 비핵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정부는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동참하지만 남북관계가 단절되어 있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대북제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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