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 오가면 오촌·신원리 물난리

비닐하우스·논 수십만평 피해 “천재 아닌 인재”

등록 2017.07.04 16:24수정 2017.07.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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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박밭이 침수된 모습.
수박밭이 침수된 모습.<무한정보> 이재형

 수박밭에 물이 차오른 광경. 현재는 물이 많이 빠진 상태다.
수박밭에 물이 차오른 광경. 현재는 물이 많이 빠진 상태다.<무한정보>이재형

 한 농민이 침수된 수박밭을 가리키고 있다.
한 농민이 침수된 수박밭을 가리키고 있다. <무한정보> 이재형

 침수된 수박밭에서 물을 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침수된 수박밭에서 물을 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무한정보> 이재형

충남 예산군 오가면 신원리 일대 논과 시설재배 비닐하우스가 3·4일 내린 비로 모두 침수됐다. 4일 새벽에 뛰어나온 농민들은 물바다가 된 논밭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수십만 평의 논은 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에 잠겼다.

논보다 심각한 것은 시설재배 비닐하우스다. 수박·시금치·열무·토마토·멜론 등 시설 하우스 수백 동이 물에 잠겼다. 대부분 작물들이 침수되면 수확을 포기해야 할 만큼 피해가 커 농민들은 밭둑에 주저앉았다.

농민들은 이 같은 물난리가 천재지변이 결코 아닌 인재라고 모두 입을 모은다. 농민들은 오촌교 재가설(지방도 618호) 공사를 침수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교량 가설을 위해 하천을 막아 임시도로를 냈기 때문이다.

 오촌교 교량 재가설 공사현장에서 바라 본 신원·오촌 일대 농경지가 침수된 모습.
오촌교 교량 재가설 공사현장에서 바라 본 신원·오촌 일대 농경지가 침수된 모습.<무한정보> 이재형

 중장비가 하천을 막았던 둑을 퍼올리고 있다.
중장비가 하천을 막았던 둑을 퍼올리고 있다.<무한정보> 이재형

 농민들이 답답한 심정으로 하천공사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농민들이 답답한 심정으로 하천공사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무한정보> 이재형

 비닐하우스에서 물을 퍼내고 있는 장면.
비닐하우스에서 물을 퍼내고 있는 장면.<무한정보>이재형

교량 가설 현장에는 농민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오촌1리 김재원 이장은 "이건 천재가 아니라 분명히 인재다. 더구나 농민들이 며칠 전부터 큰비가 올지 모르니 하천을 막은 둑을 타놓으라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도 들은둥만둥했다. 최근 20년 동안 이런 적이 없거니와 이 정도 온 비로 침수된 적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멜론 침수피해를 입은 민병도 신원2리 이장도 "이 넓은 들판 물이 하천으로 모두 빠져나가는데 거기다 소형관 하나 묻어놓고 임시도로를 낸 게 잘못이다. 그동안 비가 안 오니까 방심했다. 어제(3일) 둑만 완전히 터놨어도 물난리가 나지 않았다. 수박·열무·시금치는 완전히 끝났다. 비지땀을 흘려가며 지어놓은 농사가 헛일이 돼버렸으니 어쪄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박이 침수된 비닐하우스에서 물을 뿜어내고 있던 한 농민은 "오촌리, 신원리 일대 비닐하우스 모두 절단났다. 그래도 물을 품어내 땅을 말려놔야 다음 작물이라도 심을 수 있지 않냐. 앞으로 손해배상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멜론밭이 침수됐다 물이 빠진 모습.
멜론밭이 침수됐다 물이 빠진 모습.<무한정보>이재형

 멜론을 모종해 놓은 비닐하우스가 침수된 모습.
멜론을 모종해 놓은 비닐하우스가 침수된 모습.<무한정보> 이재형

김이완씨는 수박·열무 비닐하우스뿐만 아니라 축사까지 물에 잠겼다. 그는 "소 12마리 중 10마리가 임신을 했는데 물이 배까지 차올랐으니 새끼가 지장이 없을지 모르겠다"고 크게 걱정했다.

김기현(신원리)씨도 시금치·수박 11동이 물에 잠겼고, 멜론을 심으려고 조성한 모판 8동이 침수됐다.


그는 "시금치는 당장 썩을 테고 수박은 물을 잔뜩 먹었으니 곧 터질 것이다. 멜론을 심으려고 모를 잔뜩 사놨는데 그것도 걱정이고, 하우스 자동개폐기도 물에 잠겨 다 고장 났다"며 허탈해했다.

 축사에 물이 차올랐다 빠진 모습.
축사에 물이 차올랐다 빠진 모습.<무한정보> 이재형

 시금치 밭이 침수된 모습.
시금치 밭이 침수된 모습.<무한정보> 이재형

 토마토밭이 침수된 모습.
토마토밭이 침수된 모습.<무한정보> 이재형

오가에 3~4일 내린 강우량은 3일 148mm, 4일 100mm이다. 시간대별로 보면 3일밤 11시 44mm, 12시 92mm가 내렸고, 4일 새벽 1시에 67mm, 2시 11mm, 3시 13mm, 4시 1mm, 5시 3mm가 내렸다.

침수현장에서 만나 농민들은 "이 정도 내린 비로 침수됐던 적이 없었다"며 교량공사로 안한 인재임을 주장했다.

한편 오촌교 재가설(폭 11m, 길이 22m) 공사는 지방도 618호 상 오촌리 입구쪽 교량으로 지난해 12월 공사를 시작해 오는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사업비는 10억원이고, 시행청은 충남종합건설사업소이며, 도급사는 제이앤씨건설(주)이다.

충남종합건설사업소 공사담당 공무원은 침수원인에 대해 "이렇게 비가 많이 올 줄 몰랐다. 지난 일요일(2일) 둑 일부분을 터놓긴 했지만 완벽히 대비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농작물 피해대책에 대해서는 "시공사와 아직 대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직접 취재
#집중호우 #장미피해 #침수 #강우량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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