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복실에게 엉덩이 물린 미미
문하연
남편은 복실이를 다시 제자리로 데려다 놓자고 했다. 나도, 둘째아들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빨아놓은 미나 옷을 꺼내 복실에게 입혔다. 너무 미안해서 만찬이라도 먹여 보내고 싶었지만 흥분한 복실이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휴지통에 버렸던 때 묻은 목줄을 다시 하려는 순간 복실이가 앞발로 목줄을 막았다. 불길한 예감이라도 한 듯이.
나는 목이 메어 고개를 돌리고 주섬주섬 간식용 캔을 잠바주머니에 넣었다. 차디 찬 지하주차장에 복실이를 두고 올 생각을 하니 손 쓸 새도 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집 밖으로 나오니 복실이 잠잠해졌다. 내 품에 안겨 큰 눈동자를 굴리며 나를 본다. 나는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복실이를 쓰다듬기만 했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고 밥 그릇에 닭고기 캔을 부었다. 자기 집이라고 편안했는지 잘도 먹는다.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복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내 눈물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상황을 대충 눈치 챈 경비 할아버지는 "아이쿠. 우리 복실이 말끔하니 이뻐졌네유. 한 나절 복실이가 없응께 너무 썰렁하고 허전했슈. 여기서 잘 지내니깐 걱정 마유. 내가 가끔 옥상으로 산책도 시켜유..." 하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값싼 동정심으로 복실이를 더 혼란스럽게 한건 아닌지 자괴감이 들었다. 모든 걸 너무 쉽게 생각했다. 쉽게 데리고 오고, 쉽게 다시 데려다 놓고. 가족이 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책임을 지는 것인데. 복실에게 그러지 못해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다.
그 날 이후 남편은 출근길에 복실에게 들러 간식을 주고 놀아준다. 다행히 그 건물에서 일하는 다른 분들도 복실이를 보러 와서 서로 마주친 적도 있다고 했다. 그 중에 한 분이 본인의 반려견(나이가 많고 병이 들어 얼마 살지 못할 거라며)이 죽으면 복실이를 데려 간다고 한다.
부디 복실이가 그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복실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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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에 버려진 강아지, 어렵게 데리고 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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