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땜방한 날 첫 수확한, 지독한 가뭄에 자라준 가지입니다.
김현자
"호박꽃도 피고, 옥수수꽃도 피고 가지는 3개나 딸 수 있겠네/풋고추는 벌써 3번이나 따먹었지/이 지독한 가뭄에 감사한 일이지/고구마 길게 자란 것 잘라 땜빵 다했음"
읽지 못한 대화를 훑은 후 옥수수 꽃핀 것이며 가지 열린 것, 고구마 자라는 모습 등을 찍은 사진과 함께 이처럼 톡을 보냈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랬더니 엄마와 고구마를 몇 번 캔 적이 있는 둘째 언니가 연거푸 톡을 보냈습니다.
"고구마는 땜빵 안하는 것이여/땜빵 해봤자 밑이 안 들어/왠줄아슈?/본처 밑에 후처로 들어왔으나…./본처 눈치도 있고, 본처에 대한 예의 그런 것 때문에 자식은 안 낳는다는/엄마 해석이 그래/엄마한테 물어 보슈/진짜라닝께/그래서 고구마 캐다가 얼마나 웃었게요 ^^"본처니 후처니, 본처에 대한 예의로 자식을 안 낳는다 등, 언니의 말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장난이려니, 의기양양하게 톡을 띄웠습니다.
"순 구라! /이쯤에도 심는 사람들 있던데? /엄마 고구마순도 누가 가져가기로 했다고 수북하게 키우던데? /재작년 7월 14일에 누가 고구마순 줘서 심었는데 알이 작아도 많이 캤어! /그리고 농사는 음력과 큰 상관이 있는데/올해는 5월이 윤달이잖아! 그러니 여름이 길지!"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장난으로만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언니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 점점 '언니 말이 맞다!' 쪽이 되더군요.
10여 년 전, '같은 대나무 뿌리를 나눠 우리나라에도 심고 미국이나 아프리카에 심었을 경우 그중 한곳의 대나무가 꽃을 피우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같은 뿌리 대나무도 꽃 핀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는데, 그동안 상상을 벗어난 식물의 신비스러움을 접하며 대나무 유전자에 대한 이와 같은 사실을 믿는 쪽이었거든요.
사실 땜빵하자 마음먹은 것은 재작년에 올해보다 늦게인 7월 14일에도 심어 어느 정도 수확했기 때문인데요. '그때 밑이 들었던 것은 전혀 다른 밭에서 잘라온 것을 심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즉, 같은 밭에서 자라는 것을 잘라 심으면 대나무처럼 고구마 유전자에 있는 그들만 아는 그 무엇 때문에, 엄마 해석대로 밑이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땜빵해도 고구마 밑은 들지 않는다. 고구마 줄기 따먹을 것 아니면 땜빵해봤자 소용없다. 잘 자라도 밑은 하나도 들지 않거든. 언젠가 한해 반절 이상이 죽어버려 아쉬운 마음에 잘 자란 것 잘라 땜빵했지. 줄기가 얼마나 잘 자라던지 많이 캘 수 있겠다 좋더만. 그런데 줄기 걷어도 하나도 안 나오는 거야. 그것 참 당돌하다 싶고, 한마디로 웃기더만! 식물도 함부로 볼 것이 아니다. 참 자존심 강한 고구마다 싶더라!" 언니 말은 맞았습니다. 농부 아내로 60년을 살아온 엄마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올 봄에 읽은, 농부 부부가 55가지 작물의 꽃을 생태와 함께 풀어쓴 <밥꽃마중>(들녘펴냄)을 빼들고 고구마 편을 뒤졌는데 알고 싶은 것에 대해선 없더군요. 검색해 봐도 죽은 곳에 땜빵했다는 말은 있지만 시중에서 사다가 했다고 하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궁금함은 도무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넓은 밭을 놀리는 것이 죄스러워 쉽게 생각하고, 만만하게 심기도 했던 고구마가 갑자기 너무 어렵게 생각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전화하게 된 곳이 농촌진흥청. 고구마 담당자(7월 5일)에게 들은 고구마이식과 고구마 꽃에 대한 대답입니다. 사소하게 통화하며 들은 것을 기억해 정리한 것이라 표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