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축사만 20분, '주객전도'된 토론회

긴 축사, 반복되는 내빈소개... 지역행사 의전 간소화 필요

등록 2017.07.10 13:59수정 2017.07.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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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축산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좋은 취지의 포럼이 개최됐지만 길고 긴 의식행사로 인해 참석자들의 불만과 빈축을 샀다.

지역 축산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좋은 취지의 포럼이 개최됐지만 길고 긴 의식행사로 인해 참석자들의 불만과 빈축을 샀다. ⓒ 이은주


지역 행사 개최 시 내빈 소개 등의 의식 행사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장황한 축사와 반복되는 내빈 소개가 행사 개최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홍성군의회는 미래지향적 홍성 축산 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발맞춰 축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현안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기 위한 자리였다. 행사에는 축산업 관계자와 주민 등 약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내빈소개와 축사 등이 장시간 이어지면서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한 지역구 정치인이 애초 예정된 시간을 초과해 20여 분간 축사를 발표하면서 토론 시간이 부족해졌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8일 개최된 홍주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행사 시작 시각은 오후 7시 30분이었지만, 의식 행사 등으로 본 공연이 8시에나 시작됐다.

일부 관람객들은 문화공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의식 행사를 간소화 또는 생략해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홍주포커스>에 관련 내용을 제보한 한 주민은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 시간 맞춰 왔는데, 길고 긴 의식 행사와 정치인들의 일방적인 연설을 듣다 보니 공연을 보러온 것인지 선거 유세장에 온 것인지 모르겠더라. 불편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홍성군의회 최선경 의원은 "문화공연 행사와는 무관한 정치인들의 치적 홍보를 위한 축사는 지양해야 한다"며 "군민들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문화공연 행사만이라도 의식 행사와 내빈 축사를 생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관 함께 의전 절차 간소화 방안 모색해야

의식행사 없는 지역 문화공연 홍성문화연대에서 주관한 '홍주골 마당예술제'. 의식행사 등 형식이나 절차에 얽매이지 않은 채 지역 문화예술팀과 군민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축제였다는 평가다.

의식행사 없는 지역 문화공연 홍성문화연대에서 주관한 '홍주골 마당예술제'. 의식행사 등 형식이나 절차에 얽매이지 않은 채 지역 문화예술팀과 군민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축제였다는 평가다. ⓒ 이은주


군은 지난해 8월 의식 행사를 대폭 간소화해 군민 중심의 의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군 주최·주관 행사는 식전 행사 시 내빈 소개 등의 소모적·권위주의적 행사를 과감히 줄이고 축사·환영사 등도 최소화하며, 장애인·노약자 등 참여자 중심의 편안한 의식 행사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민간 행사 역시 과도한 식전·식후 행사를 지양하고 행사 계획 단계부터 취지에 맞는 프로그램을 준비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전 간소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이 아닌 민간에서 주최하는 지역행사는 기관장이나 정치인들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국회의원, 군의원 등의 정치인이 참석해야 행사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는 민·관이 의식변화와 함께 의전 절차 간소화를 위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인들 또한 솔선수범해 의전 간소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나서서 형식이나 절차에 집착하는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사 주인공은 정치인이나 내빈이 아닌 참석한 군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형식적인 의식 행사를 지켜봐야 하는 군민들의 소소한 고충까지 헤아리는 것이 진정 지역을 위한 정치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홍주포커스에 동시게재됩니다.
#홍성 #의전 간소화 #축사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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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지역의 새로운 대안언론을 표방하는 홍주포커스 대표기자로 홍성 땅에 굳건히 발을 디딛고 서서 홍성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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