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선풍기 쐰다'가 단독? <동아일보>의 눈물겨운 '옥바라지'

민언련 신문 보도 비평(7/7~7/10)

등록 2017.07.11 11:10수정 2017.07.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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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국면부터 구속에 이르기까지 내내 '동정심 유발' 보도를 내놓아 온 <동아일보>가 또 황당한 '박근혜 근황'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박근혜씨가 구치소에서 어떤 식으로 여름을 나고 있는지'를 상세히 전하고 있는 <선풍기 바람-찬물 받아 무더위 견뎌 박경리 소설 '토지' 읽으며 시간 보내>(7/10 전주영 기자 https://goo.gl/rLL5cz)는 무려 단독 보도인데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재판 일정을 줄여 달라 요청하고, 자신의 재판에도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씨 측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태로 보입니다.

4월에는 '위장질환' 부각하더니 여름 오니 '무더위' 강조

해당 보도는 "8일 자로 구속 수감 100일을 채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방에서 선풍기와 찬물로 무더위와 싸우며 구치소 의사에게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데요.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동아일보>는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없는 날에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벽에 고정된 선풍기에 의지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달 들어 무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박 전 대통령은 독방 내 화장실 세숫대야와 물통에 물을 받아 몸에 끼얹은 뒤 선풍기 바람을 쐬는 식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고 한다"며 재차 박근혜씨의 고충을 부각했습니다.

<동아일보>가 걱정한 것은 무더위만이 아니었습니다. 기사는 '숨 가쁜 재판 일정'으로 인한 피로("최근 상담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의사에게 '일주일에 재판을 4번씩 나가느라 피로가 극심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나 불면("박 전 대통령은 잠을 깊게, 오래 자지 못해 새벽에 일어나 1∼2시간가량 독서를 한 뒤 다시 잠을 청한다고 한다. 오후 10시경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전 3, 4시쯤 잠이 깨면 책을 읽으며 다시 잠을 청하는 식"), 적은 식사량("박 전 대통령은 하루 세 끼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지만 식사량은 매번 제공량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등을 함께 상세히 전달하고 있는데요. 모두 '박근혜씨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동정 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대체 왜 박근혜씨가 더위에 힘들어하고 있다거나, 박경리 소설을 읽으며 소일거리를 하고 있다는 이런 소식에 단독을 붙여놓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박근혜 씨의 구치소 생활 고충을 부각한 동아일보 보도들
박근혜 씨의 구치소 생활 고충을 부각한 동아일보 보도들민주언론시민연합

<동아일보>는 앞서 지난 4월에도 <"박 전 대통령 위장병 악화... 음식 거의 못먹어">(4/15 신광영·허동준 기자 https://goo.gl/5TQB1Y)를 통해 박근혜씨의 힘든 구치소 생활을 전달한 바 있는데요. 당시 보도가 박근혜씨의 '위장병' '소화불량'등을 부각했다면, 이번 보도에서는 계절에 맞게 '더위'를 부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음 '박근혜 동정심 유발 아이템'은 무엇이 될까요? 나름의 방식으로 '옥바라지'를 하고 있는 <동아일보>의 행태가 애잔할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7일~1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덧붙이는 글 민언련 배나은 활동가
#민언련 #박근혜 구치소 #동아일보 #옥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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