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끝내 사망... 중국 민주화 '별'이 지다

해외 치료 받지 못하고 숨져... 국제사회 비판 고조될 듯

등록 2017.07.14 05:45수정 2017.07.1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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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사망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사망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가 끝내 사망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 사법국과 중국의대 부속병원은 13일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가 다발성 장기기능 상실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류샤오보는 12일 오후부터 병세가 극도로 악화되어 호흡 곤란에 빠졌고, 고통을 겪다가 이날 오후 9시께 숨졌다고 전했다.

2009년 국가전복 혐의로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랴오닝성 진저우 교도소에서 8년째 수감 중이던 류샤오보는 지난 5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되면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미국, 독일, 영국 등 서방 국가들과 인권단체들이 류샤오보의 치료와 망명을 지원하겠다며 완전 석방을 촉구했으나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모두 거부했다. 또한 류샤오보의 상태가 위독해 해외 이동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과 독일 의료진의 방문 진찰을 허가했고, 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가 해외 이동이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류샤오보도 해외에서 치료받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으나 결국 마지막 꿈을 이루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톈안먼 시위 주도하며 탄압 받아... 노벨평화상 수상

1955년 지린성 창춘에서 태어난 류샤오보는 지린대 중문과와 베이징사범대 문학 석·박사를 거쳐 중국 현대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촉망받는 작가였다. 하지만 미국에서 방문교수로 지내다가 1989년 중국 민주화를 요구하는 톈안먼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급거 귀국했다.


톈안먼 시위로 '반혁명선전선동죄' 판결을 받아 감옥을 드나들던 류샤오보는 해외 망명을 거부하고 중국에 남았고, 2008년 공산당의 일당 체제 종식과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08헌장'을 주도했다가 이듬해 국가전복 혐의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류샤오보는 법정 최후진술에서 "나는 죄가 없으나 불만도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투옥됐고, 그의 부인 류샤도 가택연금 상태가 되어 외부와의 접촉이 끊기자 이에 반발하며 삭발하기도 했다.


류샤오보가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다. 구금 상태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1935년 독일의 카를 폰 오시에츠키와 1991년 미얀마의 아웅 산 수지에 이어 류샤오보가 세 번째다.

노벨위원회는 "중국의 근본적 인권을 위한 오랜 비폭력 투쟁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더욱 커졌다.

그러나 중국은 격분하며 류샤오보의 출국을 금지했고, 노벨위원회가 있는 노르웨이에 대규모 무역 보복을 가하기도 했다. 노벨위원회 역시 일부러 류샤오보의 자리를 비워두고 시상식을 진행하며 중국을 비판했다.

"민주주의 위해 헌신한 순교자"... 전 세계 애도 물결

 류샤오보의 의자를 비워둔 2010년 노벨상 시상식 장면

류샤오보의 의자를 비워둔 2010년 노벨상 시상식 장면 ⓒ 노벨위원회


류샤오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사회는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생애를 바친 업적에 경의와 애도를 표하고 나섰다. 또한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한 비판과 우려도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의 캐리 그레이시 편집장은 "류샤오보는 교수로서의 편안한 삶과 자유를 버리고, 톈안먼 시위를 계기로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라며 "하지만 죽는 순간까지도 철저히 감시당하며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류샤오보의 오랜 투쟁이 드디어 끝났고, 그는 민주주의를 위한 순교자(martyr)가 되었다"라며 "그의 죽음은 독일의 나치처럼 중국을 수치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톈안먼 시위를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은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기자는 "류샤오보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대신 고통받았다"라며 "류샤오보는 우리 시대의 넬슨 만델라"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서방의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보다 감옥 안의 류샤오보가 더욱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보여줬다"라며 "서방이 오히려 류샤오보로부터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벨위원회는 성명에서 "류샤오보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라며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의 타계에 대해 무거운 책임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UNOHCHR)는 "중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인권운동을 위해 헌신한 투사를 잃었다"라며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라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머물 수 있도록 중국 정부에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류샤오보 #중국 #노벨평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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