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라 쓰고 '여름육아'라 읽는다

[각양각색 휴가 이야기 ①] 워킹맘들에게 스트레스인 '아이들 여름방학'

등록 2017.07.22 13:40수정 2017.07.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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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으레 휴가는 즐겁기 마련이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휴가라지만 육아를 해야 하는 사람들, 휴가를 떠나도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휴가라는 걸 써보고 싶지만 쓸 수 없는 사람들 등 각양각색입니다. 여름 휴가를 마주하는 맞벌이 부부, 취업준비생, 직장인, 황혼육아 할아버지·할머니들의 휴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휴가가 다가온다(...)
휴가가 다가온다(...)pixabay

"방학 때 아이들 어떻게 할지 계획 세웠어요?"
"아직요... 학기 초부터 고민했는데, 아직까지 결론이 안 나요. 점심만 챙겨줄 이모님을 구해야 할지, 아이 혼자 챙겨 먹으라고 해야 할지..."



회사 동료의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돌봄교실에서 방학 중 간식과 식사를 모두 해결했지만, 돌봄교실은 1·2학년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3학년이 된 올해 처음으로 홀로 방학을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동료는 양가 도움 없이 맞벌이하면서, 오로지 남편과 자신의 힘으로 두 아이를 키워내고 있다. 동료는 방학 때 점심만 따로 챙겨줄 이모님을 구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아이 혼자서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나는 올해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나서 처음으로 여름방학을 맞는다. 그나마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고,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한결 나은 편이다. 하지만, 방학과 함께 스트레스가 시작되는 건 여느 맞벌이 가정과 다르지 않다. 나의 경우 큰아이는 방학 때도 변함없이 오전 9시까지 돌봄교실로 등교해 방과후수업을 듣고, 학원에 가고, 오후 3시쯤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돌봄교실과 방과후수업, 태권도 학원까지 모두 쉬는 방학 기간이 있다. 8월 첫째 주, 그 주에는 모든 교육기관이 방학에 들어간다.

작은 아이도 다르지 않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방학이라는 안내장이 날아왔다. 2주 중 1주는 유치원에서 보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추가 보육비를 더 내야 하고, 차량은 축소돼 운영된다. 될 수 있으면 가정에서 보육하라는 뜻이다. 7월 말에서 8월 첫 주까지, 특별한 아이들 돌봄 계획을 엄마인 내가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회사에도 여름휴가는 있다. 회사의 여름휴가는 단 4일. 연차를 같이 쓰면 5일 정도는 무리없이 쓸 수 있지만,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여름방학을 함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워킹맘으로 산 지 8년, 이제는 좀 익숙할 만도 한데, 여름방학은 언제나 긴장된다. 일종의 스트레스다.

여름휴가를 대하는 워킹맘의 자세


 '8월 초'에 휴가 간다 했더니 졸지에 '진정한 부자'가 됐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8월 초'에 휴가 간다 했더니 졸지에 '진정한 부자'가 됐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pixabay

"휴가 언제 가세요?"
"8월 초예요."
"와~ 그때 엄청 비싸지 않아요? '진정한 부자'만이 그때 휴가 간다던데..."


미혼 회사동료와 대화하다가 난 졸지에 '진정한 부자'가 됐다. 그러면 참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미혼 직장인에게 휴가가 휴식이라면, 엄마가 된 지금 휴가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의무기간'이다. 그마저도 같이 보낼 수 있으면 다행인데, 남편과 번갈아 가면서 휴일을 쓰다 보면 휴가는 그냥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가정양육기간이 된다.


7월 학습 안내장이 나오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방학 스케줄이다. 방학 스케줄을 받아들면 일단 워킹맘들의 마음은 바빠진다. 학원 스케줄을 체크하고, 여름휴가를 확인하며, 남편과 조율해야 하고, 어머님께 확인을 받아야 한다.

또 하나의 일거리인 셈이고, 회사일처럼 전투적인 자세로 일사불란하게 스케줄을 처리한다. 한편으로 시어머님께서 양육을 맡아주시지만, 매번 죄송한 마음이다. 어머님보다 몇십 년이나 젊은 나도 힘든데, 칠순 노모가 아이 둘을 온종일 돌보는 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래서 보통 아이들 방학 2주일 동안 며칠은 남편과 내가 번갈아 여름휴가를 쓰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그때라도 어머님께서 좀 쉬셔야 하니까. 워킹맘의 여름휴가는 주 양육을 해주시는 어머님의 휴식이다. 워킹맘인 나의 휴식은 잠시 보류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름휴가 4일을 온전히 가족들끼리 보내기란 불가능하고, 가족여행은 평일 하루 정도와 주말을 연결해 가곤 한다. 이번 여름휴가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하루, 내가 이틀 휴가를 내고, 주말을 포함해 가족여행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원래 이 시기는 비용이 가장 비싸고 사람들이 가장 많을 때. 미혼일 때는 휴가를 피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워킹맘인 지금은 각 기관과 학원 방학이 쉬는 그때를 피할 방법이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면 된다. 비싼 돈 들여가면서...

아이들 방학 기간에는 보통 아이들 보충학습이나 특별활동이 이뤄진다. 이에 맞춰 학교와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는 방학 특강을 실시한다. 그중에는 유아나 초등생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저렴하게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을 보면 대부분 평일 낮 시간이다.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큰 아이 혼자서 참가할 수 있지만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특별활동은 워킹맘에겐 그림의 떡이다. 그림의 떡은 그냥 포기하면 된다. 내가 참여할 게 아니려니 하고 말이다.

여름방학을 행복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여름 재택근무' 같은 제도가 있다면,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들의 방학은 더이상 두렵지 않을 듯하다.
'여름 재택근무' 같은 제도가 있다면,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들의 방학은 더이상 두렵지 않을 듯하다. pixabay

워킹맘으로서 어려운 시기를 맞을 때마다 되뇌는 말이 있다.

'얘들아, 얼른 커라.'

하지만, 한편으로는 빛나는 이 시기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도 있다. 언젠간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독립할 시기가 되면, 되레 엄마와 집에 있는 걸 불편해할 텐데... 그 시기까지 충분히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건 욕심이려나.

육아휴직처럼 아이들 방학에 맞춰 '방학 재택근무제' 같은 게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내가 아는 한 워킹맘은 남편이 재택근무를 한다. 그분 남편이 일하는 곳은 글로벌 회사고, 세계 각국에 직원을 두고 일하면서 재택근무가 활성화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워킹맘의 경우, 방학 동안 남편이 아이를 돌본다. 물론 재택근무라고 하더라도 가끔 회사에 출근한다지만, 그럴 경우엔 아내와 스케줄을 조율하거나 아이가 기관에서 돌아오기 이전에 퇴근해 아이를 돌본다고 한다.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네트워크로 모든 메일을 주고받고, 메신저로 업무를 지시하며, 클라우드 환경에서 작업할 수도 있는 세상 아닌가. 필요시에는 회의를 하기 위해 회사에 출근할 수도 있겠다. 방학 동안 남편과 아내가 번갈아가면서 재택근무한다면 방학이라는 것이 맞벌이에게 두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방학이라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듯, 워킹맘들도 스트레스가 아닌 행복한 마음으로 방학을 맞을 수 있길 꿈꿔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을 담아내다> (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렸습니다.
#워킹맘에세이 #워킹맘여름휴가 #여름방학 #보육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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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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