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에 휴가 간다 했더니 졸지에 '진정한 부자'가 됐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pixabay
"휴가 언제 가세요?"
"8월 초예요."
"와~ 그때 엄청 비싸지 않아요? '진정한 부자'만이 그때 휴가 간다던데..."미혼 회사동료와 대화하다가 난 졸지에 '진정한 부자'가 됐다. 그러면 참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미혼 직장인에게 휴가가 휴식이라면, 엄마가 된 지금 휴가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의무기간'이다. 그마저도 같이 보낼 수 있으면 다행인데, 남편과 번갈아 가면서 휴일을 쓰다 보면 휴가는 그냥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가정양육기간이 된다.
7월 학습 안내장이 나오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방학 스케줄이다. 방학 스케줄을 받아들면 일단 워킹맘들의 마음은 바빠진다. 학원 스케줄을 체크하고, 여름휴가를 확인하며, 남편과 조율해야 하고, 어머님께 확인을 받아야 한다.
또 하나의 일거리인 셈이고, 회사일처럼 전투적인 자세로 일사불란하게 스케줄을 처리한다. 한편으로 시어머님께서 양육을 맡아주시지만, 매번 죄송한 마음이다. 어머님보다 몇십 년이나 젊은 나도 힘든데, 칠순 노모가 아이 둘을 온종일 돌보는 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래서 보통 아이들 방학 2주일 동안 며칠은 남편과 내가 번갈아 여름휴가를 쓰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그때라도 어머님께서 좀 쉬셔야 하니까. 워킹맘의 여름휴가는 주 양육을 해주시는 어머님의 휴식이다. 워킹맘인 나의 휴식은 잠시 보류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름휴가 4일을 온전히 가족들끼리 보내기란 불가능하고, 가족여행은 평일 하루 정도와 주말을 연결해 가곤 한다. 이번 여름휴가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하루, 내가 이틀 휴가를 내고, 주말을 포함해 가족여행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원래 이 시기는 비용이 가장 비싸고 사람들이 가장 많을 때. 미혼일 때는 휴가를 피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워킹맘인 지금은 각 기관과 학원 방학이 쉬는 그때를 피할 방법이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면 된다. 비싼 돈 들여가면서...
아이들 방학 기간에는 보통 아이들 보충학습이나 특별활동이 이뤄진다. 이에 맞춰 학교와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는 방학 특강을 실시한다. 그중에는 유아나 초등생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저렴하게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을 보면 대부분 평일 낮 시간이다.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큰 아이 혼자서 참가할 수 있지만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특별활동은 워킹맘에겐 그림의 떡이다. 그림의 떡은 그냥 포기하면 된다. 내가 참여할 게 아니려니 하고 말이다.
여름방학을 행복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