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현장인 인천공항공사 변전실과 타 변전실 비교
건강한노동세상
-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작업인원 그리고 야간 근무
과도한 업무량과 부족한 작업인원 등의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의미하진 않는다. 공공기관 전체적으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인력도 부족하고 설비의 점검 횟수, 점검 내용점검의 수준 등이 모두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인천공항공사 하청의 경우는 조금 심각하다. 제1여객터미널에 버금가는 제2여객터미널이 개통 준비 중에 있으며,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량은 2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이다. 하지만 3명이 하던 일에 2명만 충원했으며, 그나마 1명이 퇴사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제2여객터미널 시범운영 등으로 인해 야간작업 개시 시점이 22시 40분경에서 새벽 01시경으로 늦춰졌다. 즉, 업무량은 2배 가까이 증가한데 비해 인원은 사실상 그대로고,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아졌다는 이야기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 작업자 부주의가 사고 원인이라면, 사고는 계속 발생한다.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원인'을 밝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해당 원인을 제거하고 유사 재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사고 원인이 '작업자 부주의'라고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재해자조차도 '내가 뭘 잘 못 했나'라는 생각을 먼저 갖는 경우도 많다. 물론 어떠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간의 '부주의', '착오', '실수' 등이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을 그것만이라고 할 경우, 예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부주의한 작업자를 제거할 것인가. 아니면, 부주의하지 않도록 경고와 징계를 내릴 것인가. 위험요인은 방치한 채, 실수하지 말라고 훈련과 교육만 강화 할 것인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을 때,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기본이다.
안전조치는 '인간이 실수 할 것을 전제로 설계'된다. 근본적인 폭발의 원인인 전원을 차단하고, 혹시나 차단을 하는 작업이 선행하지 않을 수 있으니 잠금장치와 유리 등으로 밀폐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촉할 수 있으니 잠금장치가 해제될 경우 경보장치를 설치해서 인간의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2중, 3중으로 안전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작업자 부주의'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고의 책임을 회피할 목적'이거나 '사고를 예방할 생각이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사고는 예방 할 수 있다.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병들었다. 각각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그때그때 제거했으면 그만큼의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병드는 일은 없었다. 모든 사고는 예방 할 수 있다. 예방이 안 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있다. 이익은 원청이 가져가고 위험은 하청에게 넘기는 걸 말한다. 그리고 그 위험을 넘겨받은 하청업체는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에게 그 위험을 넘긴다. 단순히 사고를 당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노동의 조건, 고용의 조건, 삶의 조건 모든 것이 위험해진다. 그리고 그 위험이 상시적인 상태에 놓이게 되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고 더 위험한 사회가 된다.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하는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틀린 말이다. '위험불감증'이 맞는 말이다. 안전하게 일해 본 사람만이, 안전하지 않은 상태(위험)를 감지할 수 있다. 즉, 위험한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상시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위험을 느낄 수 없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아직도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한국사회는 노동자들이 죽고 다치고 병들 때마다 해당 원인이 제거되도록 투쟁(노력)해서 만든 법과 제도들이 있다.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거나 하청으로 외주화하는 것은 그런 법과 제도를 지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명백한 일이다. 즉, 위험과 책임을 하청업체에게, 하청업체는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위험에 위험을 넘겨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서, '위험'을 느끼지 못한다. 위험을 느끼지 못하니, 사고 발생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리고 상시적인 위험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스스로 자존감을, 존엄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자기 존엄성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다수가 되는 사회는 더욱 잔혹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안전한 사회, 자기 존중감을 느끼는 사회를 바란다면 비정규직을, 간접고용(하청 등) 형태를 없애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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