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전기 작업하는 데는 처음 봤다"

[비정규직, 그리고 건강권③]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감전사고

등록 2017.07.20 18:35수정 2017.07.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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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등 교체할 때, 전원 OFF 안 하나요?

지난 5월 20일 새벽 01시 30분경, 인천공항 셔틀트레인의 변전실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작업자 3명이 폭발사고로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2명은 폭발에 의한 화상을 입고 각각 2주, 8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중이며 1명은 연기흡입으로 인한 응급처치를 받았다.

2만2천9백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설비의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점, 설사 전원을 차단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고전압 설비에 '접촉'이 되지 않도록 접근 금지 조치(잠금장치 및 밀폐 등)가 없는 점, 고전압 설비에 접촉될 가능성이 있을 때 경보가 울리는 장치가 없는 점 등이 사고 원인으로 꼽혔다. 220볼트가 흐르는 형광등도 전원 스위치를 OFF하고 전기가 흐르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는데, 2만2천9백 볼트의 고전압설비에 '접촉금지' 조치가 없는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부산지하철의 전기 작업자들은 "이렇게 전기 작업하는 데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해하기 힘든 하청업체의 이름 "부산교통공사"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부산교통공사'소속의 '계약직(비정규직)'이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인천공항공사의 하청'인 '부산교통공사의 비정규직'이 사고를 당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공사의 하청이 공사란 말인가. 부산교통공사는 왜 인천공항공사의 하청일자리를 차고 들어갔다는 말인가. 인천공항공사는 셔틀트레인의 운영 및 유지보수 업무에 대해 용역 공고를 냈고, 부산교통공사가 해당 용역입찰에 참여해서 낙찰 받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부산교통공사는 인천공항공사와 용역도급계약을 맺고, 1년 단위 계약직을 채용하여 해당 업무를 수행했다. 그나마 부산교통공사의 '자회사'가 아닌, 부산교통공사의 '직접고용 비정규직'인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인천공항공사의 하청인 점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이고 부산교통공사가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고용한 점에선 기간제 비정규직이다. 더구나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인천공항, 즉 인천에서 일하고 그들을 고용한 회사는 부산에 있다. 사람을 고용하고 일을 하게 하는 '근로계약'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 혹은 안전배려의무와 같은 '의무'가 제대로 이행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러운 고용형태다.


부산지하철, 서울지하철이었다면 위와 같은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다

- 전원 차단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청 노동자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하청은 작업 시 사전에 공항공사에 작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조작지시서에 의한 작업을 행한다. 공항공사의 '승인'이 없으면 전원을 차단할 수 없다. 공항공사는 작업하는 변전실에 대해서, 모든 전원을 차단하는 승인을 내린 적이 드물다고 한다. 즉, 전원 차단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전원을 차단하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와 실제 해당 설비를 조작하는 노동자가 같은 회사의 동료였다면, 그래도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작업했을까.

또한 작업은 사전에 정한 것만 이뤄지진 않는다. 작업 상황에 따라 하청업체 또는 작업자가 판단하여 점검 작업을 하는 경우, 혹은 유지보수 업무의 특성상 비상상황 발생 등의 작업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원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가 갖고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봐야한다.

전원을 차단할 권한은 인천공항공사가 갖고 있고 실제 작업은 하청이 하는 구조, 즉 작업에 대한 통제권 및 결정권과 작업 실행이 분리된 현장은 사고의 위험이 높다. 위험한 요인을 느끼고 노출되는 사람은 작업자(하청노동자)인데, 해당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원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로, 간접고용의 형태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매우 안전하지 않다.

 재해현장인 인천공항공사 변전실과 타 변전실 비교
재해현장인 인천공항공사 변전실과 타 변전실 비교건강한노동세상

- 설사 전원이 살아있어도, 접근 금지 조치

고전압 설비에는 접근 금지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해당 고전압 설비에 대해 접촉이 불가능하도록 설비 겉 문에 잠금장치(외함 잠금), 안쪽 문에 잠금장치(내함 잠금)를 하고 실제 고전압 설비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육안검사만 가능하도록 유리 등으로 밀폐처리를 해야 한다. 전원을 차단하기로 하고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었으나, 통제실과 실제 작업자의 소통상의 문제로 전원이 차단되지 않았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다. 즉, 혹시나 있을 '전원 차단이 실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더라도, 고전압 설비 '접촉' 자체는 막는 2중의 안전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사고현장에는 외함 잠금장치만 있을뿐, 실제 접촉이 가능한 부분인 고전압 설비에 내함 잠금장치와 유리 등으로 밀폐하는 조치는 없었다.

 재해현장인 인천공항공사 변전실과 타 변전실 비교
재해현장인 인천공항공사 변전실과 타 변전실 비교건강한노동세상

- 잠금장치가 해제 될 경우엔, 경보장치 가동

3중의 안전장치가 있다. 고전압 설비가 개방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경광등과 경보가 울려서 위험상황을 알려준다. 해당 경보 시스템이 통제실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 통제실에서 전원을 차단하거나 접촉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는 흔하디 흔한 '감전 위험', '접근 금지'라는 경고표지 조차 없었다.

 재해현장인 인천공항공사 변전실과 타 변전실 비교
재해현장인 인천공항공사 변전실과 타 변전실 비교건강한노동세상

-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작업인원 그리고 야간 근무

과도한 업무량과 부족한 작업인원 등의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의미하진 않는다. 공공기관 전체적으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인력도 부족하고 설비의 점검 횟수, 점검 내용점검의 수준 등이 모두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인천공항공사 하청의 경우는 조금 심각하다. 제1여객터미널에 버금가는 제2여객터미널이 개통 준비 중에 있으며,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량은 2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이다. 하지만 3명이 하던 일에 2명만 충원했으며, 그나마 1명이  퇴사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제2여객터미널 시범운영 등으로 인해 야간작업 개시 시점이 22시 40분경에서 새벽 01시경으로 늦춰졌다. 즉, 업무량은 2배 가까이 증가한데 비해 인원은 사실상 그대로고,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아졌다는 이야기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 작업자 부주의가 사고 원인이라면, 사고는 계속 발생한다.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원인'을 밝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해당 원인을 제거하고 유사 재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사고 원인이 '작업자 부주의'라고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재해자조차도 '내가 뭘 잘 못 했나'라는 생각을 먼저 갖는 경우도 많다. 물론 어떠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간의 '부주의', '착오', '실수' 등이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을 그것만이라고 할 경우, 예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부주의한 작업자를 제거할 것인가. 아니면, 부주의하지 않도록 경고와 징계를 내릴 것인가. 위험요인은 방치한 채, 실수하지 말라고 훈련과 교육만 강화 할 것인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을 때,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기본이다.

안전조치는 '인간이 실수 할 것을 전제로 설계'된다. 근본적인 폭발의 원인인 전원을 차단하고, 혹시나 차단을 하는 작업이 선행하지 않을 수 있으니 잠금장치와 유리 등으로 밀폐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촉할 수 있으니 잠금장치가 해제될 경우 경보장치를 설치해서 인간의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2중, 3중으로 안전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작업자 부주의'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고의 책임을 회피할 목적'이거나 '사고를 예방할 생각이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사고는 예방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병들었다. 각각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그때그때 제거했으면 그만큼의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병드는 일은 없었다. 모든 사고는 예방 할 수 있다. 예방이 안 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있다. 이익은 원청이 가져가고 위험은 하청에게 넘기는 걸 말한다. 그리고 그 위험을 넘겨받은 하청업체는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에게 그 위험을 넘긴다. 단순히 사고를 당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노동의 조건, 고용의 조건, 삶의 조건 모든 것이 위험해진다. 그리고 그 위험이 상시적인 상태에 놓이게 되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고 더 위험한 사회가 된다.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하는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틀린 말이다. '위험불감증'이 맞는 말이다. 안전하게 일해 본 사람만이, 안전하지 않은 상태(위험)를 감지할 수 있다. 즉, 위험한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상시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위험을 느낄 수 없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아직도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한국사회는 노동자들이 죽고 다치고 병들 때마다 해당 원인이 제거되도록 투쟁(노력)해서 만든 법과 제도들이 있다.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거나 하청으로 외주화하는 것은 그런 법과 제도를 지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명백한 일이다. 즉, 위험과 책임을 하청업체에게, 하청업체는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위험에 위험을 넘겨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서, '위험'을 느끼지 못한다. 위험을 느끼지 못하니, 사고 발생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리고 상시적인 위험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스스로 자존감을, 존엄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자기 존엄성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다수가 되는 사회는 더욱 잔혹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안전한 사회, 자기 존중감을 느끼는 사회를 바란다면 비정규직을, 간접고용(하청 등) 형태를 없애야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건강한노동세상소식지 59호(2017년 7월 발행)에 게재된 글입니다.
#인천공항 #감전사고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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