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심 원자력 시설, 안전성 '총체적 부실' 확인

시민검증단 중간보고회... 주민들 "걱정 더 커졌다. 종합 대책 세워야"

등록 2017.07.19 20:31수정 2017.07.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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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가 19일 오후 2시 구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 중간보고회 및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전시가 19일 오후 2시 구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 중간보고회 및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심규상

시민검증단이 대전 도심에 있는 원자력시설(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료주식회사)의 안전성 여부를 검증한 결과, 총체적 부실이 확인됐다. 내진보강공법에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 사용됐다. 중저준위 방사선 폐기물 관리 또한 부실했다. 그런데도 사용후핵연료 추가 반입은 계속되고 있었다.

대전시는 19일 오후 2시 구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앞서 대전시는 지난 3월 시민단체 및 전문가,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원자력 안전성 시민검증단을 구성하고 3가지 분야로 나눠 검증 활동을 벌여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가동하고 있다. 또 방사성 폐기물도 보관하고 있다.

우선 '하나로 원자로 내진보강공사 검증단'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하나로 내진 보강 작업을 하면서 내진보강공법 실시 방식과 관련 공법의 안전성에 대한 관련 학회나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나 평가 과정 없이 해당 공법을 선정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증단은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고도의 안정성을 요구하는 원자력 시설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내진보강을 위해 설치된 설비(하이브리드 트러스)에 대해서도 "벽체에 삽입한 볼트 등 설비에 대한 내진 성능 평가를 하지 않았다"며 "진동대 시험 등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원 측은 하나로 원자로는 벽체에 1528개의 구멍을 뚫은 후 볼트를 끼워 구멍 양쪽을 막고 빈 곳을 채우는 시공을 벌였다. 하지만 검증 결과 공법 시행 후 양생이 불량해 224개의 구멍을 다시 뚫은 후 재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증단은 "균일한 밀폐성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어 밀폐의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벽체 철근 절단 후 구조물 안전성 여부에 대해서는 "수평 철근의 절단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구조물의 균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면밀한 시험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증단은 이후 하나로 원자로 벽체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또 하나로 원자로 누설률과 운영 중 사고 발생 시 대응계획에 대해서도 검증을 해나갈 예정이다.

 검증단은 원자력연구원이 운영하는 하나로 원자로 외벽 내진 보강 공법과 설비에 대해" 공법과 설비에 대해  안전성과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증단은 원자력연구원이 운영하는 하나로 원자로 외벽 내진 보강 공법과 설비에 대해" 공법과 설비에 대해 안전성과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심규상

"중저준위 폐기물을 일반 임시 건물에 보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검증단'은 무단 폐기의 원인을 찾고 2만 드럼 이상의 폐기물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살폈다.

검증단은 "형식적인 시설 위주, 절차 위주 검증으로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연구원 측이 내부자 감사에만 의존, 원인 규명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구체적 실행 대책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 3만 드럼에 가까운 중저준위 폐기물 관리에 대해서는 "폐기물을 여전히 임시시설물인 일반 임시 건물에서 보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송 대책과 관련해서도 "연간 1천 드럼씩을 방폐장으로 옮기겠다고 했지만 이마저 실행이 불투명하고 연간 1천 드럼으로는 수십 년이 걸린다"며 "실효성 없는 계획"이라고 평했다. 검증단은 "실효성 있는 계획을 세우도록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용후핵연료 및 핵 재처리실험(파이로프로세싱) 검증단'은 한수원 소유의 사용후핵연료를 목적 외 무단으로 임의 사용한 다수의 사례를 확인했다.

이송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낙하, 열 등 사고 조건과 수송 하중 초과에 대해 시험을 하지 않았다"며 "추가 검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19일 오후 2시 구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 중간보고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전시는 19일 오후 2시 구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 중간보고회를 개최하고 있다. 심규상

한수원 소유 사용핵연료 목적 외 무단 임의 사용

검증단은 "조사 후 시험시설에서만 최근 10년간 크립톤 4조 4천 베크렐, 세슘 75만 베크렐이 배출됐다"며 "연구원 측에서는 연간 배출량이 기준치 이하라고 하지만 인근 지역에 누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또 "방제대책을 수립해 통합관리 및 상세보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성 폐기물을 연구원 밖에 불법매립하거나 무단 소각했고, 오염수를 인근 하천에 무단 배출해 적발된 바 있다.

검증단은 이후 중저준위 추가 자료를 검토해 폐기물 이송 실태와 방사선 환경 영향을 평가하고 재난 대응 종합 대책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중간보고 결과에 대해 참석자들은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종합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인근에 사는 주민 김유라씨는 "중간보고를 듣고 오히려 걱정이 커졌다"고 말했다.

임상조 신부는 "핵 문제는 지금 안전한가도 중요하지만, 항구적으로 안전한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을 옹호하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단은 "연구원 측의 자료제시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검증 과정에 큰 지장은 없었다"며 "의견을 반영해 원자력시설 안전성을 보다 강도 높게 검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검증단 #대전 #원자력시설 #안전성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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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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