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직업소개소의 도움으로 완도에 있는 전복 양식장에 취직했다. 전복 양식장 일은 만만치 않았다. B씨가 일하던 곳은 다른 양식장들과 달리 비오는 날도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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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도 일하는 양식장, 월급은 150만 원중국동포인 B씨는 7년 전 방문취업제(H2)로 처음 입국했다. 중국에서는 학교 선생으로 육체노동을 해 본 적 없는 B씨였지만, 벽면 타일 시공 일을 하면서 건설현장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국내 인력 부족이 심각한 특정업종에서 장기 근속한 동포들을 대상으로 장기 체류가 가능한 동포 비자(F4)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농축산업·어업·지방소재 제조업체 동일 사업장에서 2년이상 근속하면 주는 제도였다. 단, 인구 20만 미만 도시라는 조건이 있었다. B씨는 직업소개소의 도움으로 완도에 있는 전복 양식장에 취직했다.
전복 양식장 일은 만만치 않았다. B씨가 일하던 곳은 다른 양식장들과 달리 비오는 날에도 작업을 했다.
"다른 양식장은 비오는 날은 사료를 주지 않는다는데, 우리 사장은 그런 걸 상관 안 해요. 남들은 경치 좋다는데, 그걸 쳐다 볼 시간도 없어요. 여름 되면서 쉬는 날이 없으니 골병들겠더라 말입니다. 그래서 그만둔다 했어요."그곳에서 B씨는 휴무없이 일하고 월 150만 원을 받았다. 양식업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와 휴게 시간 예외 업종이라 동포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의 급여는 열악했다. B씨는 힘들어도 비자 변경 자격을 얻기까지만 참으려고 했다. 비록 사장이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았지만, 버텨보려고 했다.
하지만 체력이 견디지 못한다는 걸 아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처음 한국에 와서 타일 시공을 할 때 쌍코피를 흘리며 병원 신세를 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B씨가 떠난 양식장엔 비자 변경을 목적으로 이를 악물고 일하는 동포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B씨는 그들이 2년을 어떻게 버틸 낼지 의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이주노동자 공격?매해 그랬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예년보다 높게 책정되자, 재계를 대변하는 경제지는 물론이고 보수언론은 사측 주장을 받아쓰며 이주노동자를 공격한다.
최저임금의 역설... 외국인 근로자 더 우대 (매일경제, 2017.07.17)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느는데... 외국인엔 숙식비까지 제공 (머니투데이, 2017.07.18)
부산·울산 중소기업 60%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낮춰야" (한국경제, 2017.07.23)
"최저임금 급등에 中企 내년 외국인근로자 추가부담 1兆" (문화일보, 2017.07.18)
100만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인상 최대 수혜... 年 15조 국부유출 (뉴데일리, 2017.07.17)
"외국인 근로자 임금도 상승"... 영세 제조업 위기 (MBC, 2017.07.20) 이젠 새로울 것도 없다. 경제지와 보수 언론의 이주노동자 공격은 너무나 이율배반적이다. 그들은 매해 고용노동부가 외국인력 정책을 수립할 때마다 재계 입장을 대변하면서 이주노동자 쿼터를 늘릴 것을 주문해 왔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오르자 이주노동자들을 마치 공공의 적인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어디 언론만 그러겠는가? 2년 전, 당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후생복리가 과도하게 좋아진다"며 이주노동자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보다 잘 사는 선진국도 숙박비용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가 싼 맛에 외국인 근로자를 쓰듯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같이 외국인근로자들을 잘 보호하는 나라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당연히 아니다. 우선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적정 주거 기준에도 못 미치는 환경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기숙사비와 식비를 공제 당하고 있다. 기본적인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에는 고용허가제라는 문제적 제도가 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엄격하게 사업장 변경을 제한받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고용주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회사가 망하거나, 상당한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의 인권침해가 일어나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 보자.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들은 힘들고 위험하고, 작업환경은 좋지 않은데다 임금은 적어서 내국인들은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든다. 그런데 그런 사업장이 견뎌낼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보태준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3년이라는 장기근로계약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작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를 노예처럼 고용할 수 있는 고용주들만 횡재하는 구조다. 그래서 고용주들은 이주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게 해 달라고 늘 아우성이다. 이러한 고용주들의 주장이 관철되면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하는 건 시간 문제다.
진정한 보수라면 들고 일어나야 한다. 내국인 일자리가 잠식되는 것을 눈 뜨고 쳐다봐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입을 닫으라고 한 것도 아닐 텐데, 이주노동자를 고용하지 말자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주노동자를 더 고용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만, 최저임금을 적용시키지 않으면서 말이다. 차별을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도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특혜나 시혜인 것처럼 말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대한민국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본과 자신들의 밥그릇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