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철없는' 자목련꽃

한여름에 자목련이 활짝 피었어요

등록 2017.07.26 14:58수정 2017.07.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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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산사 외삼문 화단에 피어있는 자목련꽃. 암녹색의 잎새와  진보라색의 조화가 아름답다
학산사 외삼문 화단에 피어있는 자목련꽃. 암녹색의 잎새와 진보라색의 조화가 아름답다 임영열

 꽃봉오리를 꼭 오므리고 있는 자목련. 꽃망울의 모습이 붓을 닮았다 해서 목필(木筆) 이라고도 부른다
꽃봉오리를 꼭 오므리고 있는 자목련. 꽃망울의 모습이 붓을 닮았다 해서 목필(木筆) 이라고도 부른다 임영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우리 민요 <밀양 아리랑>의 사설 중 일부분이다. 동지섣달은 아주 추운 겨울철이다. 요즘에야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지만, 옛날에는 추운 겨울인 동지섣달에 꽃을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북풍한설 몰아치는데 연분홍 꽃은 언감생심이었으리라. 그러니 귀한 꽃을 보듯이 반갑게 봐 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대부분의 꽃들은 피어나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봄꽃의 대명사' 목련은 이른 봄, 다른 꽃들이 피기 전에 잎새보다 먼저 탐스러운 꽃을 피운다. 꽃이 다지고 난 다음에야 무성한 잎사귀들이 돋아나는 봄 꽃의 전형이다.

 무더기로 피어 있는 자목련꽃. 보통의 목련은 잎과 꽃을 동시에 볼 수 없다. 꽃이 다지고 난 다음에 잎사귀가 나온다
무더기로 피어 있는 자목련꽃. 보통의 목련은 잎과 꽃을 동시에 볼 수 없다. 꽃이 다지고 난 다음에 잎사귀가 나온다 임영열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희귀한 현상이 생겼다. 중복이 지나고 찌는듯한 삼복더위가 한창인 지난 7월 23일 광주광역시 서창동 학산사 외삼문 화단에 자목련이 활짝 피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무성한 암녹(暗綠)의 잎사귀들 사이에 진보라색의 자목련꽃은 가히 고혹적이다.

한두 송이가 아니고 무더기로 피어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자목련, 동지섣달에 보는 꽃보다 더 반갑고 귀하다. 자연의 이치는 오묘하고도 신비롭다. 자목련과 함께 따뜻했던 봄날을 회상하면서 삼복더위를 잠시 잊어 보는 건 어떨까.

학산사(鶴山祠)는 광주광역시 서창동 불암 마을 팔학산 기슭에 위치해 있다. 임진왜란 때 왜적과 싸우다가 고경명 장군과 함께 순절한 의병장 삽봉 김세근(1550~1592)의 충의를 기려 제사 지내는 사당이다.


 광주광역시 서창동에 있는 학산사. 임진왜란 때 의병장 삽봉 김세근을 배향하는 사당이다. 단청이 아름답다
광주광역시 서창동에 있는 학산사. 임진왜란 때 의병장 삽봉 김세근을 배향하는 사당이다. 단청이 아름답다 임영열

#한여름 자목련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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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문화재단 문화재 돌봄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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