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5월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재향군인회와 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이 개최한 한미연합사 해체 및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무기한 연기 촉구 국민대회에 참가한 향군 회원과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책임국방'을 내세우며 전시작전권 환수를 북한 핵위협대응능력(특히 정보감시능력)과 연관 짓는 것은 완전히 방향 착오다. "한미 양국군은 그동안 전시작전권 전환을 충실하게 준비하여 왔으며, 한국군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는 지난 2010년 국방부의 발표는 한국군의 능력이 모자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사실 대북한 선제타격능력(킬체인, 한국형 MD)은 한반도에 대한 군사패권을 노리는 미국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한국에는 필요하지 않다.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능력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조건으로 한국군에 요구하는 것은 그것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패권전략 실행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의 요구대로 대북 선제타격능력을 구비한 이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려고 한다면 이는 곧 미국의 군사전략과 무기체계에 대한 더욱 깊숙한 종속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설사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더라도 그 의미는 크게 상실될 것이다. 한국군 내부로부터 보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자꾸 미루는 요인은 대북 감시타격능력 문제 탓이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 핑계일 뿐이며 오랫동안 굳어진 미군 의존 심리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비밀자료(2008년 11월 26일 주한미국대사에게 외통부 차관보 이용준이 한 말이 기록된 미대사관 전문)에 따르면, 이용준 차관보는 "국방부는 전시작전권 전환에 회의적이다. 국방부의 반대는 합리적인 능력을 고려한 결과가 아니다. 이는 한국군이 이런 책임을 감당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전시작전권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자신감의 결여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의 주 이유로 언급하고 있다.
독자적인 작전수행에 대한 한국국방부의 자신감의 결여는 실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운용하는 경험이 없이 이를 전적으로 미군에 의존해 온 결과로 장비나 무기의 양적 또는 질적인 부족 문제가 아니다. 전직 공군 출신인 권영근은 수십 년 동안 미군의 작전통제권 하에서 깊이 뿌리내려온 육군 중심의 현행의 군구조로는 육해공군의 합동성(현대전쟁수행의 핵심요소)을 발휘할 수 없는 바, 이런 점이 군의 자신감 결여의 큰 요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왜 한국군은 전작권 전환에 반대했을까? 문제는 잘못된 전쟁수행개념!" 2016년 12월 17일 참조)
한국군이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여 미군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내 전시작전권 환수라는 대선 공약을 포기하고 '조기 환수'로 입장을 후퇴시킨 것은 '책임국방'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큰 실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압도적 국방력이라는 '신화' 국방비는 어느 수준이면 적정할까?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임기내에 국방비를 GDP의 2.9% 수준까지 높이겠다"면서 "새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추구하지만 이 역시 압도적인 국방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하였다.
만약 문 대통령의 말대로 임기내(2022년)에 GDP의 2.9%까지 국방비를 올리게 되면 경제가 연평균 3.0% 성장한다는 전제 하에 2022년 국방비는 56조7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이는 2017년 국방비 40조3347억원(일반회계)보다 40.6%(16조3653억원)가 증가한 것으로 매년 국방비가 8.1% 늘어야 가능한 숫자다.
과연 경제성장률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이런 국방비 증대를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국방비 팽창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일자리창출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에 역행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방비로 따지면, 한국은 2016년 기준으로 세계 10위의 군사대국이다. 국민 1인당 국방비 지출은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은 644달러로 일본 383달러, 대만 443달러, 독일 544달러, 러시아 464달러, 중국 85달러보다 높고 프랑스 793달러, 영국 915달러보다 낮다. 미국 2001달러에 비해서는 1/3 수준이다. 한국국민의 국방비 부담이 매우 높은 수준임을 말해준다.
2014년 기준으로 남한의 국방비는 북한 국방비의 44배다. 이 정도면 이미 남한은 국방력에서 북한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비를 대폭 증액한다면 북한과의 재래식 전력 격차가 더 벌어져 북한의 핵능력 발전을 재촉하는 결과가 된다. 국방비의 대폭 증액은 '남북한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국정목표 중 또 하나의 전략)와 양립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이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국정목표는 서로 모순되는 '강한 안보와 책임국방'과 '남북한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가 양립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행과정에서 끊임없는 정책적 충돌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또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여 우리의 안보를 진정으로 책임지기 위해서는 미국의 패권적 군사전략의 요구인 대북한 선제타격전략을 폐기해야 한다.
한반도는 주변이 군사강대국들로 둘러싸여있다. 이런 조건에서 일본에 대해서, 또 중국에 대해서, 러시아에 대해서 한국이 압도적인 국방력을 가질 수 있을까? 애초에 압도적 국방력이란 개념은 실행될 수 없는 것이며 세계적인 군사패권을 추구해온 미국만이 주장해 왔던 개념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국을 따라가야 할 이유도 능력도 없지 않은가?
군사력은 방어에 충분한 전력이면 된다. 현재 한국군의 전력은 북한에 대해서 보면 방어를 넘어서 상당한 (선제) 공격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한국군은 주변국들에 대해서 볼 때 충분히 방어할 능력은 갖추고 있으며 작전반경으로 볼 때 부분적으로 공격능력도 얼마간 갖추고 있다.
지금 한국군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근육(하드파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비대하고 방만한 군조직의 슬림화, 복잡한 상부지휘구조의 단순화, 거대한 군인력의 축소 특히 고급장교의 감축, 방산비리 척결이 필요하다. 이런 국방개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한 군사주권 확보, 과감하고 흔들림 없는 국방문민화(민간인 출신 국방장관 임명 등), 고급장교의 기득권 축소라 할 수 있다.
대북 선제공격적인 군사전략으로부터 방어위주의 군사전략으로 전환한다면 불필요한 국방예산을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양적 군대로부터의 질적 군대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재원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우리 국민에게 커다란 부담을 줄 뿐만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군비확장적이고 남북간 대결적인 '강한 안보와 책임국방'의 기조를 재검토할 것을 문재인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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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님, 군사력은 방어에 충분한 전력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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