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일상에는 가끔 설레임이 필요하다. 후텁지근한 삼복더위에 폭포수 소낙비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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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소낙비는 짧다. 차를 다 마시기도 전에 그친다. 마치 폭염 날 샤워처럼 시원함이 오래 가지 못한다. 집안에서 폭염을 견디는 데는 샤워가 제일이다.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자는 밤이면 샤워를 여러 번 해야 한다. 끈적거리는 땀을 물로 씻고 선풍기바람을 맞으면 조금 견딜 만 해진다. 그러나 몸 짜증을 식히는 샤워나 선풍기 바람은 설레임은 아니다.
일상에 지친 마음 짜증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설레임이다. 어떻게 해야 짜증나는 마음이 활기로 가득 찰까? 노래 부르는 사람, 붓글씨 쓰는 사람, 산보 가는 사람, 차를 마시는 사람... 사람마다 다 자기 방법이 있다. 차 마시는 그 시간, 붓글씨 쓰는 그 시간만은 생기가 돈다. 다만 그 설레임은 선풍기 바람처럼 오래가지 못한다. 마음 설레임을 한 나절 간직하는 방법은 없을까.
'마음 숨쉬기!', 성자 간디는 '숨 쉬듯 기도를 멈추지 말라'고 한다. "단 1분이라도 숨쉬기를 멈추면 몸은 죽어간다. 마음숨쉬기인 기도를 단 1분이라도 멈추면 마음이 미쳐간다"고 말한다. 틱낫한 스님도 기도의 힘을 말한다. "삶 전체가 기도가 되게 하라. 앉아서, 서서, 누워서, 빨래하면서, 차 운전하면서 기도하라." 성자가 아닌 일상인이 삶 전체를 기도로 채울 수 있을까?
한 나절만이라도, 기도를 하면 틀림없이 두려움이 사라질 것 같다. 짜증나는 일들도, 마귀가 십자가 무서워 도망치듯 멀리 도망칠 것 같다. 그런데 무슨 기도를 드릴까. '숨 쉬듯 멈추지 않는' 기도문은 무엇이 되어야할까. 간절한 마음이 없는 기도는 허세이다. 설레임을 부르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시를 외워본다. 시문이 기도문이 된다. 시 암송은 나의 기도이다.
"당신이 마냥 사랑해주시니 기쁘기만 했습니다. 언제 내가 이런 사랑을 받으리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당신 일만 생각했습니다. 노을빛에 타오르는 나무처럼 그렇게 있었습니다 해가 져도 나의 사랑은 잠들지 않고 나로 하여 언덕은 불붙었습니다. 바람에 불리는 풀잎 하나도 괴로움이었습니다 나의 괴로움을 밟고 오소서, 밤이 오면 내 사랑은 한갓 잠자는 나무에 지나지 않습니다." - <노을>, 이성복"내 마음은 골짜기 깊어 그늘져 어두운 골짜기마다 새들과 짐승들이 몸을 숨겼습니다. 그 동안 나는 밝은 곳만 찾아 왔지요. 더 이상 밝은 곳을 찾지 않았을 때 내 마음은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온갖 새소리, 짐승 우짖는 소리 들려 나는 잠을 깼습니다. 당신은 언제 이곳에 들어오셨습니까." - <만남>, 이성복
'마냥 사랑해주시는 당신'이 있는 세상은 설레임이 있는 세상이다. '언덕을 불붙인 내 사랑'이 있는 밝은 세상이다. 일상이 설레임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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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밥값을 하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풀기 위해 <길이 글인가2>를 발간했습니다. 후반부 인생에게 존재의 의미와 자존감을 높여주는 생에 활기를 주는 칼럼입니다.
<글이 길인가 ;2014년>에 이은 두 번째 칼럼집입니다.
기자생활 30년,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16년을 지내고 eBook 만들기와 주역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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