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삽겹살집에서 생삼겹살 1인분과 소주 한 병, 공깃밥 하나를 주문했을때의 상차림
김희지
먼저 그의 발언 일부를 보자.
김어준(아래 김): "그래서 지금 혼밥 문화 자체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싶으신거죠?"황교익(아래 황): "맞습니다." 김: "인간 공동체를 무너트린다 이거죠?"황: "혼자서 밥을 먹는 이것은 인간의 유구한 칠백만 년 육백만 년 동안의 인간 전통에서 벗어나는 일이죠.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일단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사인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소통을 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한 예를 본 적이 있는데 밥 먹을 때 소통을 거부하는,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분들이죠. '노숙자'"
김: "아 그래요?"황: "저는 인간이 밥 먹는데 모든 부분은 다 관찰하니까 노숙자들 틈에 끼어서 같이 무료 급식을 이렇게."김: "일부러? 사람이 먹는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문화적 심리적 특징을 분석해보려고 노숙자분들하고 끼어 가지고 밥을 같이 먹는 거까지 이야... 문화인류학까지 가시네요."황: "밥을 나눠주시는 분들한테 양해를 구했죠. 그래서 같이 한 끼 먹게 해달라."김: "그런데 그런 분들은 특히 혼밥을 하시더라?"황: "줄을 서서 식판에 밥을 받았죠. 밥을 받고 난 다음에 우리는 같이 밥을 먹었으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둥글둥글 앉아서 밥을 먹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죠. 그런데 식판들을 들고 그분들은 일제히 벽 쪽이나 화단 쪽을 향해요.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오로지 밥만 먹습니다. 옆에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습니다. 그분들은 인간들 간의 소통하는 방법을 완전히 잃으신 거죠."김: "혹은 거부하시거나 일시적으로."황: "뇌에 큰 고장이 발생하신 거죠. 노숙자라는 분들이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그런 것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병이 굉장히 큰 거죠. 다른 사람들하고 소통하지 않겠다라는 그런 적극적인거 때문에."김: "밥은 한마디로 같이 먹어야 되는 거라고."황교익은 노숙자들이 '뇌에 큰 고장'이 나 소통을 하며 같이 밥 먹기를 거부한다는 말로 또 다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 문제는 차치하기로 했으니 '혼밥'에 대한 의견만을 보자.
그에 따르면 혼밥 문화는 '인간 공동체를 무너트리는' 문화이며, 혼자 밥을 먹겠다는 것은 소통을 거부하는, 그러니까 반사회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오늘 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혼자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덮밥을 먹어야지!"라고 결심한 순간, 나는 세상을 향한 소통을 거부하며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되는가?
심지어 내가 이런 혼술, 혼밥을 즐긴다면 사회 부적응자로 공동체를 무너트리는가? 이 문장 자체가 이상해서 내가 황교익의 발언을 비약한 것이 아닌가 눈을 크게 뜨고 점검해 보아도, 혼밥에 대해 '사회적 자폐'니, '뇌에 큰 고장'이니, '공동체를 무너트린다'고 한 것은 황교익이다.
이런 발언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개인의 자유와 즐거움을 부정하는 '집단주의', 그리고 '맛'을 '사회적인 맥락' 안에서만 해석하려는 고집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혼밥과 같이 먹는 밥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각자가 가지는 장단점은 확실하다. 혼밥을 하면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자신만의 페이스로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식사를 하느라 '감정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 황교익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황: "그렇습니다. 밥을 혼자 먹는다는 것은 소통을 거부하겠다라는 인간 동물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인 소통의 방법을 거부하는 그런 일이 될 수가 있거든요."김: "이런 것도 있어요.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그렇게 인간관계가 주는 스트레스 있지 않습니까."황: "있죠."김: "감정노동... 그게 싫어서 그냥 나는 좀 단절되더라도 혼자 밥을 먹겠다고 하시는 분들도..."황: "그걸 극복을 해야되는 거죠."김: (웃음)황: "싫다고 해서 나는 나 혼자서 어떤 일을 하겠다, 점점 안으로 숨어들겠죠. 그게 자폐인 거죠."김: "사회적 자폐."황교익에 따르면 밥을 먹는 것은 사회적인 소통이고, 거기에 따라오는 감정노동이 있다 하더라도 '극복'하고! '최대한 혼밥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감정노동을 안 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우리는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삶의 많은 시간을 감정노동을 하며 보낸다. 솔직히 말해서 거지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가끔은 그런 감정노동에서 벗어나 혼자 즐기는 느긋한 식사가 간절하다. 감정노동 없이 혼자 밥 먹는 즐거움, 이를 '사회적 자폐'라고 손가락질하는 이는 누구인가. 식사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교류, 인간으로서의 소통의 장이라면 그 테이블에는 당연하게도, 사회적 위계와 권력이 작용한다.
'떼밥'이 즐거운 사람들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