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격납고 소화설비, 정비사 안전도 '위협'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29] 소화설비 오작동 46%가 사람의 실수

등록 2017.08.01 14:50수정 2017.08.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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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미국에서는 격납고에 설치된 소화설비가 오작동하는 사고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소화설비가 오작동하면 항공기는 물론이고 자칫 정비사의 안전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2009년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한 공군기지에서 오작동한 소화약제에 잠긴 F-16 전투기 (출처: Shaw AFB, South Carolina)
2009년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한 공군기지에서 오작동한 소화약제에 잠긴 F-16 전투기 (출처: Shaw AFB, South Carolina) 이건

 2013년 캘리포니아의 한 공군기지에서 오작동으로 누출된 소화약제를 한 군인이 치우고 있다. (출처: Travis AFB, California)
2013년 캘리포니아의 한 공군기지에서 오작동으로 누출된 소화약제를 한 군인이 치우고 있다. (출처: Travis AFB, California) 이건

격납고는 항공기를 악천후나 태양의 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해주며 각종 점검과 정비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미국의 한 사설 격납고 모습 (출처: Vine Jet Hangar Space)
미국의 한 사설 격납고 모습 (출처: Vine Jet Hangar Space)이건

소화설비는 격납고의 건축년도, 면적, 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적요건에 맞게 설치하는데, 보통 '포소화설비(Foam System)'가 사용된다.

설치되는 소화설비 시스템은 수성막포(Aqueous Film-Forming Foam)와 고팽창포(High Expansion Foam) 두 가지 형태로 나뉘며, 소화약제의 주성분은 불소계 계면활성제로 물과 혼합해서 사용한다. 산소차단과 냉각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누거품과 유사한 모양을 띤다.

일단 방출되면 4분 이내에 성인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비누거품 바다를 만들 정도로 반응속도가 빠른 점이 특징이다.

 플로리다 주 한 격납고에서 고팽창포 소화약제를 테스트하는 장면 (출처: Patrick Air Force Base, Florida)
플로리다 주 한 격납고에서 고팽창포 소화약제를 테스트하는 장면 (출처: Patrick Air Force Base, Florida)이건

최근 미 공군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오작동으로 누출된 사고는 총 81건에 이른다고 한다.

오작동 사고를 사례별로 분석해 보면 사람의 실수(Human Error)가 45.9%, 환경적 요인(Environmental Causes)이 34.6%, 장비 고장(Equipment Failure)이 12.5%, 그리고 소화설비가 잘못 설계되었거나 시공된 사례(Improper Design/Installation)가 7%다.


 격납고 소화설비 오작동 사례 분석 차트
격납고 소화설비 오작동 사례 분석 차트 이건

일단 소화설비 오작동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 정도는 심각하다.

2014년에는 1명의 정비사가 건물 밖으로 대피하지 못한 채 소화약제에 파묻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는가 하면, 그동안 항공기가 소화약제에 파묻혀 입은 물적 피해만도 우리 돈으로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기를 보호하겠다며 설치한 소화설비가 오히려 항공기를 위협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우선은 각종 안전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라는 것과 소화설비 설계 및 작동점검 표준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화설비 정비요원과 항공기 격납고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사고 재발방지 교육을 실시하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히 46%에 해당하는 사람의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몇 가지 방안도 시달됐다.

동절기에는 소화설비 배관이 동파되지 않도록 격납고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히터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것, 격납고 청소 시에 소화설비 작동버튼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는 것, 그리고 격납고 내에서 스포츠 활동 등을 제한하고 물건을 옮길 때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 등이다.

지난 해 발표한 국내 한 대학교 항공교육원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현재 보유한 항공기 보유대수는 군용기를 포함해 1000대가 넘는다고 한다. 물론 이 항공기들 역시 격납고라는 집이 필요하다.  

미국의 사고사례를 참고해 우리의 격납고 소화설비 시스템의 현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불필요한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하게 챙겨보면 좋겠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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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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