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같은 민간 단체는 재계인사들과 정치인들의 유착을 합리화하고 일상화하는 기능을 한다. 이들은 국가 정책과 기업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시민들의 참여는 차단된다는 점에서 특정 계층의 이익을 추구하는 '비선'으로 기능하기 쉽다. <커먼드림스>가 다보스를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커먼드림스
기업들은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에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하고 협조를 구한다. 역으로 정계 인사들이 기업에게 로비를 하기도 한다.
정치인은 시민들로부터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지만, 이들이 기업인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렇게 밀실에서 결정된 기술이 시민사회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리라 판단한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다.
우버나 테슬라만이 아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정치적 진보성'으로 이름난 기업들이 로비스트를 기용해 모두 정치 권력에 줄을 대고 있다. <와이어드>지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의 기업들이 막대한 로비자금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2015년 2/4분기 석 달 동안 구글은 462만불(50억), 페이스북은 269만불(30억), 아마존은 215만불(24억), 애플은 123만불(14억)을 썼으며, 로비 금액은 분기마다 증가해 왔다. 신기술은 기존의 제도와 충돌하거나 아예 제도화되지 않은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로비나 유착은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 같은 사적 기관들은 이런 식의 정경유착을 합리화하고 일상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닉 벅스턴이 다보스포럼을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들에 의해 선택되지 않은 '비선조직'이 기업인과 정치인들을 정기적으로 모아 자신들의 목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시민이 기술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무인자동차를 도로에 내놓을지, 승용차로 택시영업을 하게 할 지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 결정은 안전, 편익, 고용 등 모든 면에서 시민사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시민들 자신에 의해 내려져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정치권과 거래하며 기술을 상품화하는 동안 시민사회는 손을 놓고 있기 일쑤다. 가장 큰 책임은 전문가들에게 있다. 전문가들이 가정 먼저 나서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데,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재계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거나, 아예 대놓고 나서서 '4차산업혁명 장사'를 하고 있다.
우버 가입자의 대대적 탈퇴가 캘러닉 회장을 움직인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기술 도입과 진화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감시, 불매운동, 소송, 입법 청원, 국회의원낙선 운동은 기술의 방향을 바꾸는 훌륭한 수단이 된다.
기술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저절로 공익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지도 않는다. 기술 발전은 언제나 의도적인 선택과 배제의 과정이다. 이것을 이윤 추구의 장으로 내버려 둘지, 아니면 대다수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바꿀 지는 시민들 손에 달려 있다.
기술은 소수 부자가 아닌 다수 시민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의 신화'를 깨는 것이다. 기술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당연히 사람이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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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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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우버와 테슬라, 왜 트럼프에 목을 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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