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삼성은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회원과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를 비롯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지난 2016년 1월 13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앞 농성장에서 '삼성의 재발방지대책 합의내용 성실한 이행과 '사과' '보상'에 대한 교섭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3가지 교섭의제(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중에서 '재발방지대책'만 합의되었으나 삼성측이 '모든 문제에서 완전한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임의로 작성한 사과문을 보상 신청자들에게 개별 발송하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며, 보상문제도 불투명하고 한시적인 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반올림이 제보받은 삼성반도체와 LCD 직업병 피해자는 총222명, 사망자는 76명이지만, 실제 피해규모는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며, 문제해결을 위한 삼성의 태도변화가 있을 때까지 노숙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권우성
"미국 반도체칩 제조업체들에 독성 문제가 있었고, 이들은 이 문제를 외주화했다."한 달 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한 탐사 기획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는 삼성의 거짓말을 지적한 황상기 아버님의 말씀이 생각보다 더 많은 진실을 담고 있다는 점을 공포스럽게 보여준다.
1980년대에 미국의 한 역학조사를 통해, 반도체 공장 여성노동자들의 유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첫 조사가 논란을 불렀지만, 이어진 조사들은 거듭해서 같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1995년 IBM사는 문제가 된 화학물질의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조사를 진행했던 연구진은 혹시 모를 위험성도 함께 경고했다. '이 독성물질이 싸고 뛰어난 성능을 가졌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더 비싼 대체물질이 아니라 이 물질이 사용될 위험이 있다.'
슬프게도 이 경고는 고스란히 한국에서 실현되었다. 1995년 이 독성물질의 사용을 중단했던 IBM이 같은 해 165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납품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상대가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였던 것이다. 한국 반도체회사를 상대로 한 이런 종류의 계약은 인텔과 HP 같은 다른 회사들로 확대되어 갔다.
세월을 훌쩍 뛰어 2009년, 삼성과 하이닉스에서 임의로 채취한 샘플의 절반 이상에서 바로 이 독성물질 EGEs(에틸렌글리콜에테르)가 검출되었다. 미국에서 1급 생식독성물질로 지정되어 금지된 후 적어도 15년 가까이 한국 노동자들은 이 물질에 노출된 것이다.
삼성이 정말 몰랐을까?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생산을 중단하고, 자신들에게 거액의 계약을 안겨주었던 그 이유를 삼성이 정말 몰랐을까? 불임, 유산, 자녀기형 등을 유발하는 1급 생식독성물질의 존재를 정말 몰랐을까?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이 내용을 보도한 당시 기사를 찾을 수 있는데? 어찌 됐든 삼성이 지난해 강행했던 비밀보상절차에는 생식질환 항목이 빠져있다. 삼성은 예외 없이 이렇게 뻔뻔하다.
무책임황유미님의 죽음 이후 10년, 많은 것들이 변했다. 양심적인 전문가들이 반도체 산업의 유해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밝혀냈다. 덕분에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20명의 피해자들이 산재 인정을 받게 되었다.
SK하이닉스는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전자산업 직업병 대부분을 포괄하는 보상제도와 예방제도를 도입하였다. 많은 국내외 언론들이 반도체 전자산업의 유해성을 보도하고, 불합리한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