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교외의 타운십, 백인통치 시대 인종분리정책의 표징이다.
김학현
대항해시대의 상징 희망봉남아공은 역사는 슬프지만 희망을 간직한 나라다. 특히 케이프타운 하면 희망봉을 놓치고 갈 수 없다. 학창시절 세계사에서 배우던 바로 그곳. 인도양과 대서양이 케이프타운 반도를 사이에 두고 교차한다. 등대에 올라 내려다 본 바다는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물개 섬 관광 후 희망봉으로 가기 위해 채프먼스피크를 지나는 드라이브 코스는 지금도 기억으로 남아 가슴에 뻥~ 하고 구멍을 뚫고 지나간다.
희망봉 일대는 자연보호구역으로 키 작은 관목들이 무성하고 타조가 자주 출몰한다. 우리 일행은 한가로이 먹이를 구하고 있는 타조를 보았다. 희망봉 안내 표지판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는지. 우리 일행은 30분은 기다린 끝에 가까스로 기념사진을 한 장 박을 수 있었다. 희망봉 위에는 이정표가 있고, 하얀 등대가 예쁘게 서 있다.
희망봉 등대에서는 대서양과 인도양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케이프포인트 언덕은 인간이 나눈 대서양과 인도양의 자연 경계 기점'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괜스레 나를 슬프게 만든다. 우리의 휴전선이 생각나서일까. '인간이 나눈'이란 말 참 고약하다. 하지만 여전히 바다는 분리되지 않고 일렁이고, 새들은 두 바다를 자유롭게 드나든다.
희망봉 안내 표지판은 두 개의 언어로 되어 있다. 좌측은 영어로 'Cape of Good Hope'라고 돼있고, 우측은 아프리칸스어로 'Kaap Die Goeie Hoop'라고 돼있다. 아래로 작은 글귀는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남서쪽 지점'이라고 씌었다. 세계사 속의 희망봉을 내 발로 밟았을 때 감격이 책을 읽으며 되살아난다.
"희망봉은 중상주의 대항해시대의 상징이다. 희망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인 바르톨로메우 디아스는 포르투갈을 출발하여 대서양과 적도를 가로질러 아프리카 대륙의 끝자락인 희망봉까지 왔다. 희망봉을 첫 번째로 항해한 디아스는 이곳 주변을 상륙하기에 적절한 곳으로 보았고, 그곳에 돌 십자가를 세워 영역을 표시했다. 그리고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향했다."(100쪽)책은 이외에도 케이프타운의 롱스트리트, 처치스트리트광장, 테이블마운틴, 워터프런트, 희망봉의 라군비치, 캠프스베이, 시몬스타운 등을 소개하고, 포도산지로 유명한 남아공의 와인루트, 국립공원이나 자연경관에서 빠질 수 없는 가든 루트와 자연 정원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다. 지난 날 눈과 발로 한 경험을 머리의 경험으로 재생산하며 차곡차곡 지식의 창고에 저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특히 남아공을 가보려고 한다면, 이미 가보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저와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