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시장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가
이강진
누사 헤드(Noosa Heads)는 항상 사람으로 붐빈다. 계절과 관계없이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따뜻한 곳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붐비는 바다를 떠나 조금 내륙으로 들어가 유먼디(Eumundi)라는 동네의 시골 장을 찾기로 했다. 관광지도에 가볼 만한 곳으로 소개된 곳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시골 장을 좋아한다.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기보다는 사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륙으로 20여 분 운전해 시골 장이 열리는 동네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너른 들판에 임시로 만든 유료 주차장에도 자동차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도로변은 두 시간으로 주차 시간이 제한되어 있지만 주차할 곳을 찾을 수 없다. 시골 동네답지 않다.
제법 큰 규모의 장을 둘러본다. 유먼디 시장(Eumundi Markets)이라는 큼지막한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종종 보인다. 우리도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는다. 동네 사람보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시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장 안으로 들어선다. 호주 시골 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수북이 쌓아 놓은 텐트가 줄 서 있다. 텐트 사이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헤치며 물건 구경에 빠진다. 이 동네에서 수확한 싱싱한 채소와 과일이 먹음직스럽다. 시골에서 생산된 상표 없는 꿀도 보인다. 까기 어려운 호두와 너트를 특이하게 생긴 망치(?)로 까면서 장사하는 아저씨도 있다.
다른 곳에는 먹을 것을 파는 텐트가 즐비하다. 독일 사람이 '독일 소시지'라는 간판을 내걸고 소시지를 팔고 있다. 옆에는 네덜란드 의상을 입고 '네덜란드 팬케이크'를 팔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티베트 사람이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청년이 텐트 안에서 모모(Momo)라는 음식을 요리한다. 만두같이 생겼는데 티베트의 대표 음식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추운 조국을 떠나 호주 오지에서 생활하는 청년이다.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구경거리 또한 많다. 호주에 어울리지 않게 미국 인디언 복장을 한 남녀가 악기를 연주하며 시선을 모은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특이한 복장을 한 청년이 우스꽝스러운 몸놀림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리고 호주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주민의 대표적인 악기 디지리두(Didgeridoo)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드럼을 두드리며 디지리두를 능숙하게 불어대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공연이다.
이런저런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많이 걸었다. 시장 끝자락 지대가 높은 곳에 카페가 보인다. 커피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장이 한눈에 내려 보이는 탁자에 앉아 커피를 마주한다.
수많은 텐트 사이로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아내가 물건을 흥정하고 있다. 조금 있으니 아내가 자그마한 카펫 하나 들고 온다. 저렴한 가격에 샀다고 하며 좋아한다. 아내와 함께 카페에 앉아 살아 숨 쉬는 시장을 구경한다. 생동감이 넘치는 삶의 현장이다. 마음이 울적한 사람이 있으면 시장에 가라고 권하고 싶다.
텔레비전 방송국에서도 찾는 전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