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남도 개천군의 한 식당에서 육개장을 먹었다. 이 육개장 속 고기의 정체가 의심스러웠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신은미
식당에 들어가 들녘에서 먹으려고 준비해온 김밥, 풋배추김치, 계란간장조림, 오징어젓, 오뎅튀김 등을 펼치고 식당에서 주문한 육개장을 곁들인다. 이 식당의 육개장은 다른 식당의 육개장과 다르다. 고춧가루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 맑은 소고깃국 같은 느낌이다.
대체 어떻게 요리를 했는지 고기가 아주 연해 부담 없이 맛있게 먹는다. 다 먹고 식당을 나오자니 남편이 내 귀에다 대고 조용히 속삭인다. "아무래도 지금 우리가 먹은 고기가 소고기가 아니라 개고기인 것 같아, 소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없어"라면서 내 비위를 건드린다.
갑자기 남편의 말이 맞을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버쩍 든다. 왜냐하면 북한의 다른 지방에서 먹은 육개장도 남한의 육개장처럼 고춧가루를 넣어 붉은 색이었다. 게다가 북한에서는 남한식 육개장 앞에 '소'자를 붙여 꼭 '소육개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오늘 경미가 육개장을 주문할 때 '소육개장'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육개장'이라고 불렀다. 경미한테 물어 보고 싶지만 도저히 겁이 나서 묻지 못하겠다. "설마...?" 남편을 노려보며 '절대 개고기가 아닐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자주 그리고 자력갱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