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 음식, 한.중.일은 어떻게 다를까

[서평] 삼국의 음식에 대한 비교 <한.중.일 밥상문화>

등록 2017.08.10 10:58수정 2017.08.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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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밥상문화>를 읽은 이유는 단순하다. 최근에 몸담고 있는 문화유산교육 연구회에서 소속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중.일 삼국의 성곽을 비교하는 강의를 했다. 강의를 준비하며 성곽을 비교한 책이 있는지 열심히 검색했지만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었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삼국의 밥상문화를 비교한 책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한 가지 주제로 삼국을 비교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정된 자료로 강의를 준비하려니 할 수 있는 일이 각국을 대표하는 성과 성곽의 특징을 알아보고 그런 특징을 갖게 된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결론은 나라마다 환경과 문화, 역사에서 오는 차이로 인해 각각 특징적인 성곽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결론은 어떤 주제에든 적용된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이미 난 결론을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한.중.일 밥상문화> 책표지 한.중.일 음식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에 문화 비교
<한.중.일 밥상문화> 책표지한.중.일 음식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에 문화 비교이가서
이 책은 챕터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삼국이 어떤 점이 같은지, 어떤 점이 다른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삼국은 모두 젓가락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 젓가락은 삼국의 국민성을 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은 젓가락을 신체의 일부로 생각하여 '가락'이라는 접미사를 붙였다. 손가락, 발가락, 머리카락처럼 신체의 끄트머리 즉 신체의 일부분으로 여겨졌기에 숟가락, 젓가락이라 부른다. 그래서 숟가락과 젓가락은 공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각 개별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요즘이야 같은 모양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족이 공용으로 사용하지만 나 어렸을 적만 해도 우리 식구들은 각자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했다. 온가족이 숟가락 젓가락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지금도 어른들의 숟가락 젓가락은 따로 구분해서 사용한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숟가락보다는 젓가락을 더 많이 사용하고 우리보다 더 소유권이 분명하단다. 책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가 사용하는 젓가락 색깔도 다르다. 여자는 붉은색을 남자는 검은색을 사용한다. 반면 중국은 젓가락을 불행을 예방하고 복을 부르는 길상지물로 생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행사의 기념물로 좋고 비싼 젓가락을 선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같은 물건도 나라마다 부여하는 의미가 다르다. 이 또한 역사와 문화의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삼국은 밥상 문화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저자는 '한국인의 일생은 돌상에서 제사상까지'라고 말한다. 백일상, 돌상, 초례상, 혼인상, 환갑상, 미수상, 백수상, 제사상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는 상차림을 한다는 거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밥상의 의미가 크다는 뜻일 게다.


저자는 '전원일기식' 밥상이 한국 밥상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밥상은 온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이 아니고 각각 독상을 받았다. 한국인의 밥상이었던 소반을 연구한 아사카와 다쿠미의 저서 <소반>에는 한국 사람들이 개인 밥상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또 조선시대에 그려진 잔치 관련 그림들에는 한결같이 독상을 받은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아사카와 다쿠미는 <소반> 책머리에 '지금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소반이 사라지게 될 것을 염려하여 일단 기록하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의 우려대로 우리는 소반을 잃어버렸다. 그가 <소반>에 삽화로 그려 놓은 그림이 있어서 우리나라에게 이런 상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요즘처럼 온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전통은 채 100년이 안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지금은 한 상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전원일기 식 밥상이 한국의 밥상문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핵가족화 되면서 전원일기 식 밥상이 무너지고 있다고. 반면 일본은 독상 문화이다. 책에 따르면, 개인 쟁반에 각각의 개인 식기를 사용하여 1인분씩 밥상을 받는다. 반면 중국은 함께 나누어 먹는 문화다. 커다란 원탁에 둘러앉아 돌아가는 원판에 음식을 올려놓고 원판을 돌려서 필요한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음식도 한꺼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고 순서대로 나온다.

일본식 아침밥상 쓰시마 조선통신사의 길 답사여행 중 숙소에서 받은 아침상
일본식 아침밥상쓰시마 조선통신사의 길 답사여행 중 숙소에서 받은 아침상손안나

이렇게 보면 한국은 독상 문화와 함께 나누어 먹는 문화가 공존하는 셈이다. 한국과 중국의 밥상 문화는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이라는 말과 함께 식구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식구는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한솥밥을 먹는 공동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이런 밥상 공동체의 개념은 중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동에서는 한 식탁에서 같이 밥을 먹는 것은 공동체의 의미이며 배신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는 유목생활을 했던 베두윈이 주요 종족이다. 지금도 사막에서 베두윈을 만나면 인사를 할 때 양 손을 머리위로 들고 '살라말리쿰'이라고 인사를 한다. 손을 머리 위로 높이 드는 이유는 당신을 '해칠 의사가 없다',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라는 의미이다.

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면 가장들끼리 서로 탐색하는 길고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대화를 하며 이 사람이 과연 나를 해칠 것인지 나와 친구를 할 것인지를 결정 하는 것이다. 대화 결과 '이 사람은 우리 가족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판정을 받게 되면 식사에 초대된다.

식사의 초대는 동맹이라는 의미이다. 초대한 사람은 '당신은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란 의미이고, 초대에 응하는 사람은 '나는 당신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겠습니다'라는 화답이다. 음식을 통한 유대감의 강화이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산후조리 음식이다. 나는 막내아들을 튀니지에서 낳았다. 분만실에서 나오자 튀니지 간호사들은 나에게 샤워를 권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친정엄마는 단호하게 'NO!'라고 말씀 하셨다.

그들은 우리처럼 삼칠일 동안 산후조리를 하지 않았고 아기를 낳으면 청결을 위해 목욕을 하였다. 그래서 간호사는 나에게 목욕하라고 이야기 했던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단호하게 'NO!'라고 했으니 간호사들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거기다 엄마는 병원에서 나오는 병원 밥은 당신이 드시고 나에게는 꼭 미역국을 먹게 하였다.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미역을 들고 오셨다. 그게 튀니지 간호사들 눈에는 정말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자기들끼리 킥킥대고 웃으며 수군거렸다. 그래도 엄마는 눈 하나 깜짝 안 하시고 3일을 병원에서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하셨다. 이역만리 타국에서도 한국인의 산후조리 음식은 미역국이다.

대추야자 중동에서 신의 선물로 여겨지는 대추야자는 야자수의 열매로 라마단 금식이 끝난 후 빈 속을 달래기 위해 먹는 음식이며 산후조리 음식이다. 옛날 정복전쟁 시기에는 전투식량이었다. 한국의 아주 달디단 대추맛이다.
대추야자중동에서 신의 선물로 여겨지는 대추야자는 야자수의 열매로 라마단 금식이 끝난 후 빈 속을 달래기 위해 먹는 음식이며 산후조리 음식이다. 옛날 정복전쟁 시기에는 전투식량이었다. 한국의 아주 달디단 대추맛이다.손안나

책에는 중국과 일본의 산후조리 음식에 대해서도 나온다. 중국 산모는 죽순이나 해삼을 넣은 계란탕 혹은 삶은 계란을 먹는다. 일본은 출산 후에 토란조림을 먹는다. 중동에서는 대추야자 열매를 먹는다. 대추야자 열매는 열량이 높고 위를 자극하지 않아 무슬림들이 한 달간의 금식월인 라마단을 끝내고 처음 먹는 음식이다. 옛날 정복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무슬림 전사가 전쟁터에 휴대했던 전투식량도 대추야자이다.

어찌 보면 음식은 마지막까지 변하지 않는 문화의 최후 보루이다. 음식 역시 그 나라의 환경과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오랜 기간 그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체득된 경험이 문화로 남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환경이 다르기에, 체득된 경험이 다르기에 먹는 음식이 다르고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가깝고도 먼 이웃인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의 음식 문화를 비교해 보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한 권의 책으로 삼국의 문화를 공부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기에 이해와 존중 그리고 용납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중일 밥상문화 - 대표음식으로 본 3국 문화비교

김경은 지음,
이가서, 2012


#한,중,일 밥상문화 #음식문화의 차이 #문화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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