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밥상문화> 책표지한.중.일 음식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에 문화 비교
이가서
이 책은 챕터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삼국이 어떤 점이 같은지, 어떤 점이 다른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삼국은 모두 젓가락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 젓가락은 삼국의 국민성을 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은 젓가락을 신체의 일부로 생각하여 '가락'이라는 접미사를 붙였다. 손가락, 발가락, 머리카락처럼 신체의 끄트머리 즉 신체의 일부분으로 여겨졌기에 숟가락, 젓가락이라 부른다. 그래서 숟가락과 젓가락은 공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각 개별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요즘이야 같은 모양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족이 공용으로 사용하지만 나 어렸을 적만 해도 우리 식구들은 각자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했다. 온가족이 숟가락 젓가락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지금도 어른들의 숟가락 젓가락은 따로 구분해서 사용한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숟가락보다는 젓가락을 더 많이 사용하고 우리보다 더 소유권이 분명하단다. 책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가 사용하는 젓가락 색깔도 다르다. 여자는 붉은색을 남자는 검은색을 사용한다. 반면 중국은 젓가락을 불행을 예방하고 복을 부르는 길상지물로 생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행사의 기념물로 좋고 비싼 젓가락을 선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같은 물건도 나라마다 부여하는 의미가 다르다. 이 또한 역사와 문화의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삼국은 밥상 문화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저자는 '한국인의 일생은 돌상에서 제사상까지'라고 말한다. 백일상, 돌상, 초례상, 혼인상, 환갑상, 미수상, 백수상, 제사상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는 상차림을 한다는 거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밥상의 의미가 크다는 뜻일 게다.
저자는 '전원일기식' 밥상이 한국 밥상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밥상은 온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이 아니고 각각 독상을 받았다. 한국인의 밥상이었던 소반을 연구한 아사카와 다쿠미의 저서 <소반>에는 한국 사람들이 개인 밥상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또 조선시대에 그려진 잔치 관련 그림들에는 한결같이 독상을 받은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아사카와 다쿠미는 <소반> 책머리에 '지금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소반이 사라지게 될 것을 염려하여 일단 기록하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의 우려대로 우리는 소반을 잃어버렸다. 그가 <소반>에 삽화로 그려 놓은 그림이 있어서 우리나라에게 이런 상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요즘처럼 온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전통은 채 100년이 안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지금은 한 상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전원일기 식 밥상이 한국의 밥상문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핵가족화 되면서 전원일기 식 밥상이 무너지고 있다고. 반면 일본은 독상 문화이다. 책에 따르면, 개인 쟁반에 각각의 개인 식기를 사용하여 1인분씩 밥상을 받는다. 반면 중국은 함께 나누어 먹는 문화다. 커다란 원탁에 둘러앉아 돌아가는 원판에 음식을 올려놓고 원판을 돌려서 필요한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음식도 한꺼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고 순서대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