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캠프 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전 중국 대사.
유성호
"나에 대한 누명에 답답해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국정원 재조사가 내가 해명할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전 중국 대사(자유한국당 서울영등포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가 입을 열었다. 권 전 대사에게는 국가안전기획부 파견 근무(1994~1997년), 국회 정보위원장(2010년) 등의 경력이 있다. 이 때문에 2013년부터 국정원 댓글 사건과 '2007 정상회담 대화록'(NLL 대화록) 유출 논란이 거세지자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연결고리'로 지목되기도 했다.
권 전 대사는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의원이 2012년 12월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공개한 NLL 대화록의 출처와 관련해 "내가 선대위 상황실장이고 김 의원이 총괄본부장이어서 그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의원이 부산에서 읽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2013년 11월 13일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며 기자들에게 "찌라시 형태로 대화록 문건이 들어왔다"고 말한 것에 대해 그는 "대선 때는 여러 종류의 보고서가 올라온다. 그 중에 원 내부로부터 주워들은 내용과 자기 의견을 가공해서 만든 국정원 출신 인사의 보고서가 있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권 전 대사는 최근 국정원의 '적폐' 재조사와 관련해서는 "만약 '댓글부대 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좀 심각하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그런 식의 정치 관여가 있었다면 그건 뿌리를 뽑아야 된다"고 말했다.
"MB와의 '2인3각'은 안 된다는 게 박근혜 캠프의 기조" 그러면서도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은 우리(박근혜 캠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댓글부대 몇 백 동원한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달라졌겠나? 거기(댓글 수사)에 왜 끼어들어서 마치 박근혜정부가 관여한 것처럼 오해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권 전 대사의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다.
- 국정원이 2013년 6월 NLL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기 전인 2012년부터 새누리당은 국정원에 대화록 공개를 압박했다."대화록 공개를 놓고 당시에도 찬반양론이 있었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강경파는 원세훈 원장을 압박해서 대화록을 공개하자는 입장이었고, 나는 '그래봐야 선거판에 좋을 게 없으니 하지 말자'는 입장이었다. 원 원장도 대화록 공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2012년 12월 13일에) 내게 도와달라고 전화했다. 그러나 이명박(MB) 정부와 연결해서 대선을 치르는 것, MB와의 '2인3각'은 절대 안 된다는 게 박근혜 캠프의 기조였다."
- 국정원이 대화록 공개를 거부했다는데, 김무성 총괄대책본부장이 그해 12월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공개한 대화록은 뭔가?"내가 선대위 상황실장이고 김 의원이 총괄본부장이었다. '투톱'이 그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의원이 부산에 내려가서 그런 걸 읽을 줄은 몰랐다.
김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은 후) 그 문건에 대해 '찌라시'라는 표현을 썼는데, 언론사 기자들도 볼 수 있는 사설 정보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선거를 치르다보면 여러 종류의 보고서들이 올라오는데, 김 의원이 유세장에서 그걸 읽은 것으로 안다."
"국정원에서 주워들은 내용 가공해서 만든 보고서 있을 수도"- '찌라시'라기에는 너무 정확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 아니었나?"대선 때 활약하고 싶어 하는 여러 그룹들이 중요한 정보라는 걸 문건으로 만들어서 당에 주고가곤 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짐작인데, 그런 사람들 중에 캠프에 올릴 목적의 보고서를 만드는 국정원 출신 인사들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국정원이 직접 만든 보고서가 아니라 국정원 내부로부터 주워들은 내용과 자기 의견을 가공해서 만든 보고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이 이번에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런 식으로 원 내부와 연결된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조차 우리(박근혜 캠프)와 직접 연결된 사람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국정원에 그런 걸 직접 요구해서 받아낸 건 없다. 나중에 검찰도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대화록 연계 가능성을 알아볼 만큼 알아봤는데 아무 것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
- 김 의원이 읽은 2012년 대화록이 권 대사가 준 것이라는 얘기가 2013년부터 나왔다."나를 김 의원과 국정원의 연결고리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김 의원도 내가 아는 정도의 국정원 사람들은 다 안다. 당시 내가 아는 사람이래야 원세훈 원장과 박원동 국장(국회 담당) 정도였다. 내가 국정원 파견근무를 1994~1997년 3년 정도 했지만, 그때 알던 사람들이 2012년에는 국정원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시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