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대통령님, '긴장과 대결'의 역사를 끝내주십시오

우리에겐 '사이다'가 아니라 '평화'가 필요합니다

등록 2017.08.14 14:07수정 2017.08.1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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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7월 29일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시험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NSC 국가안보회의를 통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결정했다.

지난 7월 29일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시험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NSC 국가안보회의를 통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결정했다. ⓒ 청와대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최근 남북 및 북미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 "군사적 해결책이 준비되었고 장전됐다"며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고, 북한은 '괌 폭격'을 운운하며 미국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이에 대해 느끼는 바가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단,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압박'과 '대화' 중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드 임시배치가 결정되었고, 대통령님께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압박과 제재를 통한 북핵 폐기"가 논의하셨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고도 하셨으나, 중심은 '압박과 제재'였고, "북이 핵을 포기해야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기존의 기조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급기야 "핵잠수함 건조 추진"까지 언급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력한 압박에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인가'하는 질문입니다. 북한이 수십 년 넘게 자신들의 사활을 걸고 만든 피땀의 결정체를 그렇게나 간단히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수많은 제재로 단련된 그들이고, '고난의 행군'까지도 완주한 그들입니다. 거대한 풍파들을 거치면서도 그들은 굳건한 '3대 세습체제'를 지금까지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압박이 계속되면 북핵은 폐기될 것인가

사실 '강력한 압박'은 9년간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아주 익숙하게 보아오던 단골메뉴였습니다. 하지만 핵무기 개발도 막지 못했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연평도 포격 등)도 막지 못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유지된 평화협력정책도 북핵을 막지는 못했다'고. 일리 있는 비판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강대강 대결구도'는 한반도의 평화 가능성, 북핵 폐기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린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와 '한미연합훈련 강화' 등은 그들에게 더 선명한 '핵 보유의 명분'을 제공할 뿐입니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더 아픈 것은 우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극우-수구세력은 이를 빌미로 '안보'를 앞세우며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국민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야 인민군과 북한 주민 몇 명 죽는다고 정치적 부담을 지겠으며 마음 아파하겠습니까. 오히려 '대내적 결속'의 선전도구로 사용하진 않을까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입니다. 김대중-노무현의 10년 민주정부는 북핵을 폐기하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남북의 평화적 공존에 대해 한 가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이 들어서면서 북한은 두 개 사단병력과 포병여단을 다소 후방으로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군대가 있던 자리에 남한의 기업과 북한의 노동자들이 들어왔습니다. 함께 협력하여 물건을 만들고. 그렇게 개성은 '남측위협의 첨단'이 아니라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개성공단'을 주목하자


그들의 군대를 물린 것은, '협박의 말잔치'도, 군사적 도발과 군비증강도 아니었습니다. 총알 한 발 쏘지 않고 북한의 군대를 물렸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수지맞는 장사입니다. 가장 좋은 안보입니다. 남북간의 경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면 북한의 군대는 더 후방으로 물러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수십 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한 것은 '북미간의 불가침 조약'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개성공단을 위해 군대를 뒤로 물리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그들이 '전쟁과 대결'보다는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전면전이 '한 쪽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의 죽음'이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것은 남북 모두에게 공통입니다.

'전면전'은 '모두의 죽음'

남북 모두가 전쟁을 원하지 않는 만큼, 우리 정부가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 '북미간의 조건 없는 대화'를 성사시킬 수는 없을까요. 국제적 조약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북한을 때려주면 속이 시원하겠지만, 그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겐 '사이다'가 아니라 '평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개성공단의 성과'가 보여주듯, '총과 포'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침, 광복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남북은 광복 이전까지는 같은 역사,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살려 우리가 북한에 먼저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지난 촛불혁명은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의 심판임과 동시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의 '남북대결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촛불혁명으로 새로 세워진 정부의 첫 광복절 메시지가, '남북평화'의 물꼬를 트는 첫걸음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라는 플랫폼에도 게시할 예정입니다.
#평화 #개성공단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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