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검출 달걀 파동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신상호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쳤다. 올해 4월 소비자단체가 살충제 검출 계란이 나왔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부처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불과 6일 전까지 '살충제 검출 달걀은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위험성 지적, 올해 시민단체서도 발견했지만...
살충제 검출 달걀 사태는 이미 지난해부터 '경고등'이 켜졌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의원은 달걀 농장이 진드기 퇴치를 위해 살충제를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달걀이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올해 4월에는 실질적인 대처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의 달걀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도 조사에 들어갔지만, 살충제 성분을 검출하지 못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
한국소비자연맹은 A대학교, B분석기관과 합동으로 올해 1월 4일부터 3월 6일까지 수도권과 지방(용인, 수원, 화성, 김천, 천안)에 유통 중인 계란 51점을 조사했다. 4월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국산 계란 1점은 피프로닐 기준치가 초과됐고, 또 1점은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됐다.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은 현재 문제가 되는 달걀에서 검출된 살충제 물질이다. 비슷한 기간인 4월 농림수산식품부도 계란 농가 680곳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 피프로닐이 검출된 곳은 없었다. 당시 조사에선 2개 농가만 비펜트린 성분 초과로 나왔다.
김신재 농산물품질관리원 팀장은 "(살충제 성분이 나온 달걀에 대해)그쪽에서 제보가 있었고, 해당 농가에 대해 조사를 했다"면서 "당시 조사 결과 피프로닐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문제 물질은 올해 신규 검사 대상 지정, 피프로닐은 14년만에게다가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의 경우 지난해까지 검사 대상 물질도 아니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2017년 생산단계 축산물 안전성 검사계획에 따르면,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등 14종의 농약 물질은 올해부터 검사 대상 물질로 새롭게 선정됐다.
피프로닐의 경우 지난 1993년부터 살충제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14년이 지난 뒤에야 검사 대상 물질이 됐다.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4월 조사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니, 제품 회수 등의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소비자연맹 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난 올해 8월에야 피프로닐 검출 달걀을 발견한다. 그제서야 판매 금지 조치도 내리고, 대응팀도 꾸렸다. 그동안 살충제 성분이 든 달걀이 유통돼 누구 입으로 들어갔을지 모를 일이다.
정부의 안일한 인식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6일 전인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는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안심하고 생활해도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