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냄새와 커피 향이 어우러진 호주 시골 동네

호주 시골 생활: 선쌰인 코스트 여행 (마지막 회)

등록 2017.08.18 15:32수정 2017.08.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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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라스 하우스 산 정상에서 바라본 특이하게 생긴 산봉우리
글라스 하우스 산 정상에서 바라본 특이하게 생긴 산봉우리 이강진

겨울의 찬바람을 피해 찾아온 누사 헤드(Noosa Heads)에서 따뜻한 날씨를 즐겼다. 오늘은 집으로 가는 날이다. 올 때는 고속도로를 타고 단숨에 달려왔으나, 갈 때는 관광지 글라스 하우스 산(Glass House Mountains)도 구경하며 천천히 가기로 했다.

항상 하듯이 아내는 지도를 펴들고 나는 운전대를 잡는다. 운전석에 앉았는데 아내가 들릴 곳이 있다고 한다. 관광지도에 생강 공장(The Ginger Factory)이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생강 공장? 어떤 곳일까. 궁금하다. 운전대를 생강 공장 쪽으로 돌린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 무척 넓은 주차장 구석에 서너 대의 자동차만 주차해 있을 뿐이다. 손님 맞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자동차일 것이다. 문을 열려면 15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넓은 주차장에 내리니 도로 건너편에 카페가 보인다. 시골의 한적한 도로를 건너 카페에 들어선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니 진한 커피 향이 진동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카페가 아니다. 커피를 가공하는 큼지막한 기계가 전시물처럼 있다. 직접 커피를 가공하여 팔기도 하는 커피 전문점이다. 수많은 종류의 커피가 진열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커피는 분위기를 타는 것일까, 창가에 앉아 마시는 커피 맛이 특별히 좋다.

생강 공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강 냄새가 물씬 풍긴다. 넓은 가게에는 생강을 원료로 만든 제품이 넘쳐난다. 호주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강으로 만든 과자와 빵은 물론 음료수, 사탕, 잼 등 생강을 원료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식품이 진열대에 놓여 있다.

가게를 지나 안으로 들어간다. 작은 공원이 나온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작은 기차도 다닌다. 건널목에는 기차를 조심하라는 팻말도 있다. 엄마와 함께 온 여자아이가 기차를 타고 흥미롭게 주위를 둘러본다.

천천히 공원 주위를 걷는다. 이름 모를 꽃이 만발하다. 호수의 분수에서 내뿜는 물줄기는 아침 햇빛을 받아 무지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주위에는 오리 서너 마리가 한가히 놀고 있다. 잘 꾸민 아기자기한 공원이다.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정에 없던 생강 공장 구경을 끝내고 오늘의 목적지 글라스 하우스 산으로 향한다. 국립공원이 많아서일까, 도로 양쪽으로 숲이 우거져 있다. 호주의 전형적인 2차선 산길을 40여 분 달리니 관광 안내소가 보인다.

호주 시골 관광 안내원이 전해 주는 한국 이야기


 자는 아이를 데리고 산 정상까지 오른 젊은 엄마
자는 아이를 데리고 산 정상까지 오른 젊은 엄마 이강진

시골 동네지만 관광지로 많이 알려져진 것 같다. 제법 큰 관광 안내소가 동네 입구에서 관광객을 맞는다. 안내소에 들어간다. 안내소에는 휠체어를 탄 중년 남자가 두리번거리는 관광객을 찾아다니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서도 거리낌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관광객에게 도움을 준다는 자긍심이 넘쳐난다.    

또 다른 여자 직원은 얼마 전에 한국에 갔었다고 하며 우리를 반긴다. 물론 한국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과 자동차로 붐빈다. 식당이 많고 음식도 맛있다. 사람들이 친절하다.' 등 한국에 대한 경험담을 쉬지 않고 이야기한다. 호주 시골 사람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 흥미롭다.

근처에는 식물원을 비롯해 관광지가 많지만, 시간이 없다. 오면서 결정한 대로 산을 먼저 오르기로 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 입구에는 이미 많은 자동차가 주차해 있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 선호하는 작은 캠프차도 보인다. 영어가 아닌 말도 들린다. 많이 알려진 곳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잘 정돈된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른다. 마주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 중간에 만나는 큰 동굴 앞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붐비기도 한다. 땀이 흐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걸으니 정상이 보인다. 가파른 정상이다.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뎌야 할 정도로 급격한 낭떠러지가 있는 정상이다.

낭떠러지 옆에 있는 작은 바위에 간신히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땀을 훔친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중국 젊은이들이 소란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다. 젊은 엄마가 잠자고 있는 아이를 가슴 위에 앉고 정상에 막 도착해 숨을 고르고 있다. 발아래 펼쳐지는 평야와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산봉우리에 시선을 빼앗긴다.

산에서 내려와 근처에 있는 전망대를 찾았다. 사방이 훤히 트인 전망대에서 주위를 즐긴다. 이곳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부축하며 걷는 것이 눈길을 끈다. 간신히 몸을 가누는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부축하며 천천히 걷는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와 함께 관광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서로서로 부축하며 사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연약한 인간임을 다시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호주 동포 신문 '한호일보'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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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바닷가 도시 골드 코스트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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