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산타크루즈컴퍼니'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산타크루즈컴퍼니
'6개월' 디지털 장례비가 1200만 원 유포된 기간이나 삭제 대상이 게시된 범위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삭제 의뢰가 계약으로 성사되면 피해자들은 매달 200만 원의 비용을 부담한다. 6개월 관리에 보통 1200만 원쯤 낸다. 반년에 걸친 삭제 작업이 끝난 뒤에도 1년 이상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특정 영상을 발견하는 즉시 지워주는 '패키지 상품'도 있다. 매달 10만 원의 모니터링 비용이 든다. 새로 노출된 영상 게시물마다 5만 원을 받고 삭제한다.
그러나 의뢰인의 상당수가 고가의 비용을 접하곤 발걸음을 돌리는 실정이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경제 활동이 미미한 청소년과 20대 여성에 집중돼 있는 탓이다. 매달 의뢰받는 130건 가운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의뢰인의 74%(2015년 3월~2016년 2월 집계)에 이르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론 돈을 받지 않는다. 대신 사회봉사 20시간 확인서를 요구한다.
"청소년들 중에는 한 달 용돈으로 3만 원, 5만 원을 받는다는 이들이 많아요. '2년 뒤에 대학 들어가면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비용을 내겠다'는 청소년도 있었어요. 차마 이들에게 돈을 받을 수 없죠."디지털 성폭력 범죄는 나날이 느는데, 회사는 2014년부터 3년 내리 적자다. 38명의 직원 가운데 10명이 책상을 비웠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를 판 돈으로 회사 유지비와 사무실 임대료를 충당하고, 직원들의 급여를 댔다.
이런 상황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개인 사생활 동영상 유포 문제에 칼을 빼들었다. 그는 7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몰카 촬영물과 개인의 성적 영상물 등 디지털 기록이 유포된 피해자에게 삭제 비용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기회만 닿으면 여성가족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던 김 대표로선 내심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에서 지원을 통해 피해자들이 제대로 자기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카 처벌 강화하자는데 "불법성 작다"는 법사위 타인이 동의 없이 개인의 성적 영상물을 유포하는 행위를 철저히 엄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여성변호사회가 1심 판결이 선고된 몰카 범죄 2389건(2011년 1월~2016년 4월)을 조사했더니, 피고인의 68%가 벌금형을 받았다. 그마저도 200~300만 원 수준의 벌금에 그쳤다. 징역형은 단 9%에 불과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상대방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를 둘러싼 벌금액수를 최대 5배(최고 7천만 원) 수준까지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1년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실정이다. 2016년 법사위는 검토보고서를 내고 "성폭력범죄 중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는 비접촉 범죄로서 비교적 불법성이 크다고 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몰카나 디지털 성폭력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하는 행위는 '하위문화'의 일종으로 치부된다. 김 대표가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영상이나 사진 속에 드러나는 당사자는 자살까지도 염두에 두는 이들이에요. 이들의 심정을 헤아려보고 말하는 걸까요? 당사자가 나의 식구라면 두 눈 뜨고 영상을 볼 수 있을까요?"김 대표는 "지금은 1인 1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라며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질 뿐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그간 온라인 공간이 활성화되는 국면에서 성 동영상, 포르노 등이 방치됐기 때문에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서둘러 입법을 강구해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년 전 소위 '빨간 OOO' 비디오가 논란이었다. 세 명의 고등학생이 중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는 영상. 사람들은 여학생의 피해엔 아랑곳 않았다. 그저 그의 과거를 힐난하며 2차 가해를 일삼기에 바빴다. 서울시내 전역에 영상이 퍼졌다. 시중 비디오 가게들은 비슷한 제목의 아류 음란물을 팔기도 했다(1997년 8월26일자 <경향신문> 21면). 20년이 지났다. 문제는 여전하다. 김 대표는 이 땅의 남성들에게 '세우지 말라'고 충고했다.
"당신의 촉각을 세워서도 안 되고, 당신의 정신을 세워서도 안 되고, 당신의 성기를 세워서도 안 되는 겁니다. 개인의 성(性) 동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범죄입니다."[몰카 OUT] 기획 기사 보기① [영상] 1시간 만에 '탐지기도 소용없는 몰카' 살 수 있다?② "나사 구멍에도 초소형 카메라가..." 몰카 잡는 여성들 ③ 수영장 몰카 '위장전술'... "샤워실 수도꼭지까지 살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공유하기
몰카에 여성들 죽어가는데... 이메일도 안 읽는 SNS업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