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진, 이수열, 고혁준 씨 원고 변론 모습
윤지선
- 본 경연대회에서 본선 1, 2차로 나누어 원고와 피고 모두를 변론해야 한다. 각기 다른 입장을 변론한 소감은 어떤가?고혁준 : "원고 측 변론을 하다보니까 사측에도 이입이 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더라. 한편으로는 이게 실전이라면 어땠을까, 사측에서는 상대적으로 돈이 많기 때문에 좀 더 유능한 변호사를 쓰는 경우가 많을 텐데 그러면 얼마나 더 정교한 논리로 노동자 측을 압박을 해올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전에서는 정말 수준이 다른 싸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이 일을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원피고를 모두 변론한다는 것이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었다."
서범진 : "원·피고 입장을 둘 다 경험하면서 저희뿐 아니라 많은 팀들이 느꼈을텐데 정말로 법이 공정하지만은 않다고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원고의 입장에서 변호를 할 때는 손쉽다. 이미 판례가 다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반박에 대해 '판례가 그렇다'고 답변하면 끝난다.
그에 반해 피고의 경우에는 상당히 불리하다. 법원에서 피고가 승소하기 위해서는 많은 논리와 증명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법조문이 노조에 유리하지 않은 경우들도 많다. 저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서로 주장하는 것들에 대한 부담감이 다른 이유는 뭘까, 그게 어쩌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숙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 숙제에 대해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수열 : "저 같은 경우는 피고 측에 많이 이입해 있는데, 그러다보니까 원고 변론에 들어가서 재판부 질문을 받으니 머릿속이 새하얘지더라(웃음). 원고 변론하면서 피고 측 변론을 듣다보면 '맞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니까 마인드 콘트롤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원고 측 변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화가 많이 났다. 이 청구는 부당한 청구인데 나는 이 법리 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막막함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피고 변론을 준비하면서 법리를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서범진 : "법원이 사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한다. 법이 지향하는 가치는 '정의'라고 하지만 조항이라든가 판례를 살펴보면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불리한 사례가 많다고 본다. 경연에서 피고 변론은 거의 판례에 '도전'하는 과정이었다.
변론 과정이 법원 안에서 벌어지는 토론과 논쟁이기 때문에 법원 밖에서 이야기하는 소위 '사회적 타당성'만 가지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려웠지만 재미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을 하고, 이런 어려운 과정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