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개회식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하라!최근에 제주시청에 민원 전화를 했다. 담당 직원의 답변은 이러했다. 여기는 제주도청 정책을 실행하는 곳이라, 도청 해당 과에 전화를 해 거기에 물어보라는 것이다. 황당하다. 육지 어느 시정이 이러할까. 시민이 시청에 문의 전화를 하는데, 도청에 다시 전화를 하라고 한다.
이번 9월 1일엔 서귀포시장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그런데 임기가 고작 10개월 남았다. 업무 파악,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을 고려하면 제대로 일하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 대다수의 육지 분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보궐선거? 웬 인사청문회? 제주는 행정시장을 시민이 뽑지 않고 도지사가 임명한다. 원희룡 지사가 임기 2년 중 1년 남은 전 서귀포시장을 도청에 갑자기 차출해 갔다. 내년 지방선거 대비라는 말도 많다. 결국 원 지사가 도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시장 임기 2년을 보장해 행정시 기능강화를 언급했지만, 결국 세 번째 서귀포시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서귀포 시민들은 화가 단단히 났다.
이게 제주의 현실이다. 2006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라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곤 고도의 자치권을 갖는다(조세와 재정 핵심권한은 이양되지 않았음). 하지만 위와 같은 처지다. 그래서 올 6월에 제주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발전적인 행정체제 권고안을 원 지사에 제출했다. 주된 내용은 기존 2개 행정시에서 4개시로 바꾸는 것과 행정시장 직선제였다. 지난 5개월 동안 용역 연구하고, 14차례에 걸친 읍면동 설명회, 2차례의 도민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도민 정치참여 욕구 충족, 정책선호 동일성, 경제 및 산업구조 유사성, 제주시 집중화 완화 및 지역균형발전 등을 고려했다.
그러나 결론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제주도정과 제주 국회의원들이 수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내년 개헌과 2019년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이 있으니 지금은 유보하자는 것이다. 결국 시장 직선제나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은 2022년이나 얘기하자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또 제주 도의원 비례대표를 축소한다고 했다가 사실상 무산되는 일이 있었다. 제주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오랫동안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논의해 원래는 지역구 두 석을 늘려 총 43석으로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 7월에 도지사, 도의회 의장, 제주 국회의원 3자회동에서 비례대표 2석 축소 추진을 합의했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오영훈 제주 국회의원이 이 사안의 제주특별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원 20명 공동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3명의 동의를 받는 것에 그쳐 무산됐다.
결국 국회에서도 비례대표 축소는 올바른 정치개혁에 맞지 않다고 해준 것이다. 이건 매우 상식적인 일이다. 소수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거대 정당만이 기득권 정치를 펼치는 현 소선거구 제도는 건강한 지방자치와 분권에 역행하는 길이다. 득표는 50%밖에 되지 않는데 의석수는 90%나 된다는 게 매우 비상식적인 행태다. 다양성과 참여를 기초로 한 건강한 민주주의에 어긋난다. 제주 정치행정 지도자들이 이 씁쓸한 해프닝을 벌였다.
제주는 특별자치도다. 즉, 고도의 자치권을 갖는 지역이다. 특별법을 통해 이곳에서 더 건강한 민주주의를 시작해 한국 사회 곳곳에 퍼트릴 수 있다. 그 첫 걸음은 바로 자치와 분권을 확장하는 것이다.
첫째,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도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 현재 도의원 41석 중 7석만이 비례대표라 17%밖에 되지 않는다. 거대 양당의 지역구 의원이 다수를 구성한다. 비례대표를 30%까지 늘려야 한다. 그래야지 제주 지역의 환경, 복지, 교육, 노동, 행정 등 여러 분야에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둘째, 행정시장 직선제가 절실하다. 시장을 시민이 선출하지 못하니 시민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저 도지사 아래의 시장임에 불과하다. 행정시장의 자기결정권이 없다. 고로 앞서 언급한 제주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진짜 자치와 분권이 실현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희망한다. 이것이 미래 제주의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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