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두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으로 만든 인조고기(콩고기)
손안나
무엇보다 인기가 있었던 것은 명태가 들어간 깍두기였다. 심심하지만 담백한 김치는 정말 맛있었다. 남은 것은 앞다투어 포장해서 들고 갔다. 여행 작가이신 김수종 선생님은 쓰시마 여행에서 사 오신 사케를 들고 오셔서 한 잔씩 나누어 마셨다. 북에서 오신 언니들은 처음 마셔 보는데 소주보다 순해서 맛있다며 좋아하셨다. 처음의 어색함은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없어지고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북한 사람에 대한 편견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양한 기회가 좀 더 많아져서 화합의 계기 되길" 같은 테이블에서 음식을 같이 만든 강서구에서 오신 정해심 선생님께 소감을 여쭈었다.
"지인이 북한음식체험이 있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북한음식은 어떨까' 하는 궁금함을 안고 왔어요. 처음 먹는 인조고기밥이 정말 맛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 양념은 만들어 두면 어디에든 다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번째로 만들어주신 속도전 떡은 인절미 같은 식감으로 쫄깃쫄깃해서 맛있어요. 고향을 떠나서 남한으로 이주한 후 힘들게(?) 사시는 그분들이 가끔씩 만나서 음식도 나누시고 회포도 푸시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북한문화도 알려주시고 하는 모습이 왠지 짠하기도 하고 실향민이신 부모님을 뵙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리네요. 이런저런 이유로 희망을 안고 이주해 오신 분들이 이 땅에서 좀 더 편안하게 사시고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면서 보내시길 간절하게 바랍니다. 또한 이런 기회가 좀 더 다양하게 많이 주어져서 남한 사람과의 화합으로 더 나아가서는 통일의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같이 오신 권자선 선생님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해심 선생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북한음식체험이 처음이고 요리에 관심이 없어 반신반의하면서 체험행사에 참여를 했습니다. 인조고기밥을 만드는데 밥을 인조고기에 넣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주하신 아주머니가 옆에서 친절하게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셨어요. 사실 처음 대하는 탈북민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는데 대화를 해보니 한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은 속도전 가루떡을 포장해주셔서 집에 가져가서 가족들과 같이 먹으려고 해요. 북한음식체험을 통해 음식뿐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 모양이다. 나도 이주민들이 이런 기회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우리도 이들과의 만남으로 어색함과 오해, 편견들을 풀어가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