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이라는 말에서 온전히 벗어나 당당하고 행복한 엄마가 있을 수 있기는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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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키즈존'을 결심하게 된 사장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사장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장사는 봉사가 아니다"인데, 그렇기에 별수 없이 '쳐내야 하는' 손님의 유형이 생기는 것이다.
손님이 몰려오는 시간, 테이블 회전이 빠른 시간대에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아이가 어릴수록 가지고 다녀야 할 짐은 많아진다) 손님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아이의 울음이 언제 터질 줄 모르니, 식사를 하는 사람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긴장하게 되기 마련이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외식을 하러 나왔는데 그 귀중한 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그렇다면 아이와 엄마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아이를 안고 갖가지 짐을 둘러매면서 간만에 외출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에 '노 키즈존' 업소를 피해 다니는 과정까지 끼워 넣어야 하는가?
'노 아재존'은 왜 없나알바노동자를 난처하게 하고 주변 손님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이들은, 통제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키즈'가 아니라 인지능력이 충분한 '아재'다. 알바노동자에게 다짜고짜 반말을 툭툭 던지는 것은 기본. "역시 여대 앞이라 공기가 다르군" 같은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다는 것은 말하기도 입 아프다.
메뉴판에 붉은 글씨로 조리 시간이 꽤 걸린다고 명시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음식 좀 빨리 달라고 재촉한다. 나름의 이유들로 세워둔 가게의 원칙들을 '한 번만' 어겨보고 싶어한다. 아재들의 만행을 늘어놓아 보라면 끝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노 키즈존'보다 '노 아재존'이 간절하다. 잠정적으로 시끄럽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출입하지 못하게 할 거면, 주변을 둘러볼 줄 모르고 갑질만 쏟아내는 아재도 좀 걸러서 받자. 애꿎은 엄마들만 '맘충'이라 이름 붙여 가두고 조이지 말자. 우리는 쳐내야 할, 아니 '사회적으로 혼내야 할' 손님의 유형을 다시금 고심할 필요가 있다. 엄마들과 아이들이 아니라, 아재들이 그 주인공이다.
아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토로하는 아재들에게 고한다. 아이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엄마들도 한데 묶여 배척당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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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키즈존'은 있는데, '노 아재존'은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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