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살아 있는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
보리
2017년 8월 27일 오전 9시 10분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93)가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제 일본군 성노예 피해 생존자는 35명이다. 성노예 피해자들이 사과를 요구하며 1992년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한 수요시위는 2017년 9월 둘째 주면 1300회 25년이 된다.
<풀>(보리)은 김금숙 만화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그린 만화다. 김금숙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만화 <미자 언니>로 제 14회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역량 있는 작가다.
저자는 이옥선 할머니가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던 연길 현장까지 찾아가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고 올 만큼 한 여성의 삶을 충실하게 조명해내려 노력했다. 작가가 붙인 제목 '풀'은 바람에 스러지고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풀, 일제 식민지 조선의 가난한 하층계급의 딸들이 일본군 성노예, 공창, 기생, 작부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민초의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이옥선 할머니는 1934년 부산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맏딸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다니지 못했던 학교를 보내준다는 말에 우동장사를 하는 집의 수양딸로 가게 된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양 부모가 울산의 술집에 그녀를 팔아넘겼고 심부름을 다녀오다 잡혀서 만주로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로 3년간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한 것이다.
이옥선 할머니는 '위안부' 생활 중 매독에 걸려 수은 증기로 치료를 해서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할머니는 자식이 있는 남자와 결혼을 해서 정신이 온전치 못한 남편의 자식을 돌보며 50년간 용정에서 살았다.
중국에 남아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향 찾기'가 방송 되면서, 고향을 떠난 지 55년만인 1996년 겨울 한국으로 돌아와 여동생 등 가족을 만났다. 이옥선 할머니는 중국의 남편이 사망한 후, 2000년 6월 '나눔의 집'에 들어갔고 2001년 12월 국적을 회복했다.
당시 국내서 사망 신고가 되어 있던 이옥선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로 한국 정부의 인증을 받아 영구 귀국하지만 가족들은 할머니가 '위안부' 생활을 했다는 점, 수양딸로 팔려갔다는 점을 거북해 하며 만나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엄마 배 속에서 나와서 여태껏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렇게 보고 싶었던 동생들마저 나중에 내가 위안소에 있었다는 걸 알곤 안 보려고 했으니까.그리고 한국에 와서 보니까 자기들끼리 화목하지도 않아.다른 집에 가면 식구들끼리 밥상 차려놓고 이야기하고 웃고 그런 모습이 부러웠는데...우리 형제는 니는 니고 나는 나야 그니까 재미가 없어내가 여기 뭐하러 왔나 싶고."이옥선 할머니의 한국에서의 삶도 그리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역사의 비극은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 삶 전체를 굴절시키고 관계를 파괴한 것이다.
윤명숙(상해사범대 중국 '위안부' 문제연구센터 객원연구원) 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공창제도가 조선에 이식되는 과정에서 가난한 집 가장에게 10엔이나 20엔 정도의 돈을 주고 12~20세 딸을 데려다가 양녀로 삼고 음식점 작부나 권번(기생학교)의 동기로 일하게 하거나 열 살도 안 된 아이를 데려다가 식모로 일시키다가 커서는 창기나 작부 같은 접객부로 팔아넘겼다'고 한다.
가난한 집 딸로 태어나, 수양딸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살다 55년 만에 고국에 돌아온 이옥선 할머니. 이옥선 할머니만이 아니라 민들레처럼 어디든 작은 틈만 있으면 뿌리를 내리고 누가 봐주지 않아도 홀로 꽃피우고 홀씨의 우주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난하고 척박한 식민지 조선에 태어나 살던 하층계급 딸들의 삶이 아니었을까.
식민지 역사의 희생양으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행복을 맛보지 못했다는 이옥선 할머니. 2016년 졸속으로 합의한 '한일위안부협상'을 원천무효화 시키고 제대로 재협상을 하는 길만이 '위안부' 피해자를 위로하는 것이다. 그분들의 한을 풀어드리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풀 - 살아 있는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
김금숙 지음,
보리, 2017
아우여 죽지 말고 돌아와주오 - 일본 반전시를 보며 평화를 반추하다
손순옥 지음,
들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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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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