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윤동주 강연장 앞에선 야나기하라씨
이윤옥
- 릿쿄대학의 윤동주 모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2005년부터 윤동주 시인의 고향을 찾는 모임을 중심으로 여러 번 심포지엄을 열면서 언젠가는 릿쿄대학에서 추도행사를 열어야겠다는 염원을 가졌습니다. 그러다가 릿쿄대학의 채플레인(chaplain, 대학의 성직자)인 유시경 신부를 만난 뒤 2008년 2월에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을 만들어 제1회 추도회를 열었습니다.
그해는 마침 릿쿄대학 창립 100돌을 맞는 해로 대학 측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릿쿄대학 이케부쿠로챔펠(정식명칭, 릿쿄학원제성도예배당 '立教学院諸聖徒礼拝堂')은 정원이 250명인데 해마다 2월 추도회 때에는 추도객이 넘쳐 보통 의자를 100여 개 더 준비해야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고 있습니다.
추도회는 대개 제1부는 예배와 시 낭송, 제 2부는 강연회로 꾸려집니다. 2017년 올해는 10회째로 윤동주 시인 탄생 100년이기도 해서 제2부를 피아노와 첼로 연주 그리고 토크 콘서트를 집어 넣었으며, 시 낭송을 곁들인 '윤동주 이야기'라는 주제의 공연도 했습니다."
"시대·국경·언어의 벽을 넘어 윤동주 시인이 가르쳐주는 게 있다" - 윤동주 시인을 통해 야나기하라 선생님이 일본인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까?"'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의 모임'을 만든 것은 윤동주 시인을 추모함과 동시에 일제에 의한 침략 역사의 진실을 많은 일본인에게 알리기 위한 것입니다. 윤동주 시인처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청년이 왜 일본땅에서 옥사해야했는지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 누구보다도 윤동주 시인이 원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평화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이 모임을 만들게 되었지요."
-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의 모임'의 활동을 소개해 주십시오."가장 큰 활동은 해마다 2월 윤동주 추도회를 갖고 있으며, 10월에는 릿쿄대학 홈커밍에서 졸업생에게 윤동주 시인의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또한 릿쿄대학이문화커뮤니케이션 학부의 활동 협력, 릿쿄대학 윤동주국제교류장학금을 받는 학생과의 교류, 타대학에서 윤동주 관련 강연회, 영화 <동주> 상영 시의 토크와 시 낭송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일본으로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안내를 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요."
- 윤동주 시인을 알게 되어 보람 있었던 일은?"윤동주 시인의 시와 생애를 통해 식민지 조선 유학생의 아픔과 고뇌를 이해할 수 있었으며 윤동주 시인을 통해 나 자신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아니었으면 한국과 일본의 좋은 분들과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윤동주 시인의 조카 윤인석 선생, 윤형주 선생, 송우혜 선생뿐만 아니라 연구자, 시인, 유학생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소중한 만남을 통해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이 점이 보람되고 감사한 일입니다."
- 윤동주 시인 모임을 이끌어 가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윤동주 시인의 추도 모임은 릿쿄대학의 후원으로 채플레인 장소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이곳은 윤동주 시인이 릿쿄대학 재학 중에 다녔던 곳이라 매우 뜻깊은 곳입니다. 추도회 장소뿐 아니라 여러 행사에 많은 분들의 협력을 얻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모두 윤동주 시인의 인품과 훌륭한 시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지만 내 자신이 나이가 들어 앞으로 이 모임을 오래 지속시키려면 어떻게 해나가는 것이 좋을지 은근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윤동주 시인과 관련하여 어떤 계획이나 꿈을 갖고 계신지요?이미 내년 2월 '시인 윤동주와 함께 2018'의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윤동주 시인의 100주년 탄생해로 영화 '동주'의 상영과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여 진행 중입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시와 생애에 관심을 갖고 과거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시대와 국경과 언어의 벽을 뛰어 넘어 윤동주 시인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꾸준히 가르쳐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는 그만큼 강한 힘과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지요. 앞으로도 윤동주 시인의 시와 생애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힘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