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윤소하-추혜선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조합원과 정의당 윤소하, 추혜선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해 고대영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그날 저는 거의 몇 시간 동안 계속 욕하고 약간 미친 여자처럼... 사실 몇 년을 그렇게 지냈죠."
영상 속 김세정 KBS 기자가 2008년 8월 8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6개월째인 그때 KBS 이사회는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하기 위한 이사회를 강행했다. KBS 구성원들은 이를 막으려 했지만, KBS에 들어온 경찰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결국 정연주 사장은 부당하게 해임됐고, KBS는 이후 지금까지 9년 동안 공영방송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4일 오전 0시부터 총파업에 나선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오후 3시 KBS 본관 앞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1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다시 KBS, 국민의 방송으로'라고 적힌 손수건을 들고 "고대영 체제 청산하자", "방송독립쟁취 투쟁" 등을 외쳤다.
이날 무대 화면에 2008년 8월 이후 조합원들의 투쟁과 망가진 KBS에 대한 증언을 담은 영상이 흘렀다.
이화진 기자는 "(지난해 3차 촛불집회 때 인터뷰한 여성이) 인터뷰를 제발 지워달라고 우셨다. 저희가 찍어갔던 걸 청와대에 넘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저희 회사는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릴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영상이 흐른 후, 사회자인 이광용 아나운서는 "수많은 싸움이 있었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싸우고 또 싸웠다. 마지막 싸움 앞에 서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재호 KBS본부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고대영 KBS 사장 체제가 끝났음을 감히 선언하고 싶다. 1일 방송의 날 기념식 현장에서 확인했듯 고대영 체제는 이미 끝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공영방송 KBS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앞으로 단 1분, 1초도 공개되는 석상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오태훈 부본부장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총파업 선언문 '부역과 적폐, 이번에는 끝장냅시다'를 읽으며 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기다렸다. 당신들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기를. 참았다. 당신들 스스로 책임질 때까지. 그래도 조금은 기대했다. 당신들 스스로 내려오기를. 이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 참지 않을 것이다. 애당초 기대는 당신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임을 안다. 이제 우리가 일어선다. 모두가 함께 일어설 것이다. 참고 억누른 분노를 쏟아내겠다. 우리 손으로 당신들을 끌어 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