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업으로 반드시 MBC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각오를 밝힌 전주 MBC노조 고차원 지부장
문주현
정권을 향한 나팔수, 정부의 견제와 감시가 실종된 뉴스,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인사 배치 등 MBC의 문제들은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지역 MBC가 처한 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2010년 이후 지역 MBC 사장은 서울 MBC의 지침을 수행하는 이들로 채워졌다는 게 구성원들의 설명이다. 지역 MBC는 한정된 시간 자원 아래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재정 안정과 함께 종합적인 검토·기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획은 즉흥적이었고,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지역 MBC의 위기는 결코 MBC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 바로 시민들이 받는다. 최승호 PD의 다큐 <공범자들>에도 나오는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목포 MBC 기자들의 취재로 전원 구조 오보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서울 MBC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MBC노조가 퇴진을 외치고 있는 김장겸 사장은 당시 보도국장이었다. 그리고 대전 MBC 이진숙 사장은 당시 보도본부장에 재직 중이었다.
"서울과 지역은 상호 신뢰와 존중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입니다. 서울의 기자가 목포 현지까지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역에서 취재를 하고 그 판단을 존중하면 됩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라는 희대의 오보 참사는 목포 MBC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체제를 망각한 결과입니다."그래서 지역 MBC 구성원들에게도 이번 파업이 중요하다. 지난 1일 저녁 전주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이자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노조 지부장이었던 김한광 앵커는 "대한민국의 공영 방송은 그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지역방송 전주 MBC는 그 역할을 다 할 수 없었습니다. 포기할 수 없어서 다음 주부터 어쩌면 마지막이 될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 투쟁에 나섭니다"라며 이례적인 오프닝 멘트를 남기고 퇴장했다.
"이번 파업과도 같은 행동은 전주에서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파업 기간 전주 MBC에 남아서 업무를 보는 사람은 간부와 비조합원 뿐입니다. 조합원들은 일체 방송에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주 대사습놀이 전국대회와 같은 협력 사업에도 조합원은 투입되지 않을 것입니다."2010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과 2012년 70일 전면 파업. 두 파업은 패배로 끝났다. 구성원들의 상처는 예상외로 컸다. 보직 변경은 물론이고 회사에서 쫓겨나 이들도 있었다. 패배에 대한 자책도 상당했다. 그러나 패배를 딛고, 더 강도 높은 파업을 해야한다는 것에 구성원들이 동의했다고 고 지부장은 강조했다. 그리고 그 힘은 지난 겨울 촛불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 겨울 촛불을 든 시민들은 쇄락한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매체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부정한 권력을 끌어내린 시민들은 지금 공영방송 언론인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MBC를 빼앗긴 것도 우리고, 그것을 되찾아야 하는 일도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말이죠. 촛불 시민들이 마지막 싸움을 할 기회를 줬다면, 그 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가야 하는 것을 바로 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절박함이 지금 구성원들에게 있습니다."MBC 김장겸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4월이다. 앞으로도 약 3년이 남았다. 물론 3년 투쟁을 바라보고 이 파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과연 즉각 퇴진이라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간부들에게도 현재 동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들의 자유라고 봅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을 앞두고 내려올 마음이 있었을까요? 퇴진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국민적 요구와 힘에 의해 이뤄진 것입니다. 김장겸 사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등이 막는다고 비켜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지역 방송사에 낙하산 내려오는 구조 바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