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제20회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이 이천시 설봉공원에서 열렸습니다. 김병진 조작가가 심포지엄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희정
김병진(44) 조각가에게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은 남다릅니다.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은 지난 8월 8일부터 29일까지 '망루에 서다'라는 주제로 이천시 설봉공원에서 열렸습니다. 김 작가에게 이번 심포지엄 참여는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16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수원대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스태프로 심포지엄에 참여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와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심포지엄에 참여하면서 여기서 작업하는 작가들처럼 영글어지고 싶다는 꿈을 꿨죠. 하늘과 바람과 햇살을 느끼고 삶의 과정과 목적이 작품에 투영되어 흘러나오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을 이곳에서 굳혔어요."
심포지엄이 끝나고 그는 원기 충만하게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세월은 흘렀고 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전시회를 여는 조각가가 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그는 작가로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에 참여했습니다.
1998년 1회에 이어 올해 20회째인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은 국내 조각관련 국제행사 가운데 독보적이며 역사가 가장 깊습니다. 시민들은 예술 조각 작품이 제작되는 전 과정을 관람할 수 있고 국내와 해외조각가들은 상호교류를 할 수 있는 영예(榮譽)의 마당입니다.
특별히 올해는 공모제를 통해 선발된 작가 9명이 참여했습니다. 신한철, 지경수, 김원근, 김병진, 히로유키 아사노(일본), 동슈빙(중국), 콘스탄틴 시니트스키(우크라이나), 아그네사 이바노바(불가리아), 루크 즈올스만의(호주)입니다.
'달리는 사랑'(RUN-LOVE)을 제작하고 있는 김병진 조각가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행운이었습니다. 8월 한복판이었습니다. 며칠 째 내린 비가 그치고 먹구름은 하루 날 잡아 먼데로 놀러간 날이었습니다. 설봉공원은 망치소리, 쇳소리, 돌 깎는 소리, 도슨트의 작품 해설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습니다. 돌이 깎여지는 곳에서 물방울과 돌가루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스테인리스에서 불꽃이 일었습니다.
김 작가는 의자에 앉아 스테인리스로 된 LOVE의 낱글자를 인체 조각에 한 개씩 연속적으로 배열하며 용접을 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그는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하여 정밀하게 철로 된 수를 놨습니다.
"작업은 저를 돌아보는 수행(修行)인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제 안의 상처가 치유 되고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진 저를 발견하거든요. 빠른 것만이 능사는 아님을 깨달아간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