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전 KBS 사장이 지난 2014년 5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이희훈
공영방송의 독립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 파업에 나섰던 방송 종사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징계했던 이명박 정부에 이어 정권을 잡은 박근혜 정부는 공영방송을 노골적으로 회유하고 겁박하는 방법으로 정권에 충실한 정권홍보 매체로 활용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과정의 언론 통제사례는 국민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녹취록이 공개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통화내용은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교묘하게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통제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히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 관련 KBS의 편파·왜곡 보도가 정권의 영향을 받은 길환영 전 사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대통령 해외순방 때마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대통령 관련 꼭지를 늘리기 위한 고민으로 몸살을 앓았다고 실토했고,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서도 길환영 전 사장이 "해경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지시를 하는 등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보도국에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공영방송 KBS에 거의 보도지침에 가까운 보도통제를 자행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영방송 KBS 사장은 청와대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고, 청와대는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해 정권에 불리한 내용은 숨기고, KBS를 정권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길환영 전 사장에 이어 KBS 사장에 임명된 고대영 사장은 본부장과 국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자신의 '친위대'로 경영진을 꾸리고, 기자들이 어렵게 취재를 통해 발굴한 '군 댓글 공작 특종'의 보도를 막는 등, 기자들의 보도를 통제하는 반민주적 행태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 김장겸 사장 역시 공공연히 '노조와의 끝장투쟁'을 공언하며 방송제작 종사자들의 제작 자율성과 독립성을 탄압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PD들은 김장겸 사장과 MBC 경영진이 라디오 프로그램의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세월호와 위안부 그리고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의 중요한 이슈들을 제대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MBC 노조에서 폭로한 'MBC 블랙리스트'는 MBC 카메라 기자들을 지난 2012년 파업 참여 여부와 회사 정책에 대한 충성도 등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한 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MBC 김장겸 사장과 경영진은 4등급 중 제일 낮은 등급을 받은 기자들 상당수를 보도국에서 쫓아내고 한직에 배치되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MBC 경영진에 의해 반노동적, 반언론적, 반민주적 행태가 자행돼온 것이다.
KBS·MBC를 되돌려놓기 위한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