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노스 스트래드브로크섬>에서 지구 질주하기
애디터
한 군데만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제가 가장 끌리는 여행지였는데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노스 스트래드브로크섬>입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모래섬이라고 하더군요.
"끝에서 끝까지 족히 30km는 됨직한 하양 모래사장이 이어지고 정글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은 산림지대가 공존한다. 바다에서 고래와 돌고래를 비롯해 만타레이와 바다거북 등을 만날 수 있어 마치 오스트레일리아의 매력을 한자리에 응축시킨 듯한 대자연의 보고다."(본문 중에서)"바다라고 하는 엄청나게 거대한 물과 역시 광활한 모래로 된 대지가 뒤엉켜 일체가 된 '지구'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장애물은 물론 차선조차 없이 전신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머리를 하얗게 비우고 넓은 모래를 질주하는 쾌감에 한번 빠지면 더 이상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본문 중에서)모래사장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으니 특별한 운전 기술도 필요없기 때문에 자동차만 운전할 수 있으면 쉽게 중독 증상을 보이게 된다는군요. 저자의 경우 세계 각지의 좋은 곳을 섭렵하였지만 10년 이상 연초 휴가 때마다 이곳을 방문하고 있답니다. 지구를 질주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극찬합니다. 참 대단한 곳이지요.
30km 모래 해변을 사륜구동으로 달리는 짜릿함오마에 겐이치가 소개하는 <내 생애 최고의 여행> 장소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도 있어야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돈도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큼 가치 있는 장소와 경험만을 엄선하였다고 하지만, 저의 경우 가치 있는 장소과 경험이라는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선뜻 독자들에게 권하기는 어렵습니다.
'생애 최고의 여행'지이기는 하지만 남은 이번 생애 이곳들을 여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아니 매우매우 희박합니다. 어떤 독자들은 '그림의 떡'이라고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추천하는 까닭은 어떤 분들은 저자가 소개하는 열다섯 곳 중에서 한두 곳이라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이 책을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충분한 시간과 상응하는 충분한 돈이 없으면 쫓아가기 힘든 여행지만 소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저자가 체험한 여행 노하우를 읽은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여행 출발점은 초등학교 시절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54년, 요코하마에서 기타큐슈 모지까지 난생처음 혼자서 기차여행을 떠났는데, 기차표를 사주는 조건으로 아버지에게서 두 가지 숙제를 받았다고 합니다. 요코하마에서 모지까지 가는 급행열차 정차 역을 모두 외울 것, 산과 강 등 역주변의 지리, 신사와 불당 성 등의 유적까지도 조사하여 차창 너머로 어떻게 보이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
저자는 자신이 여행의 재미에 빠져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갈 수 있었던 유년 시절의 경험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요코하마에서 모지까지 22시간의 기차여행을 통해 자연과 마을과 도시 그리고 사람과 그들의 노동을 관찰하는 여행자의 시선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행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완성된다어린 시절 이미 유명 관광지와 명소를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찍는 여행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았던 중, 고등학교 시절 소년의 모험적인 여행 경험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고분에 들어가 노숙을 경험한 무용담이더군요.
한 가지 더 소개하고 싶은 인상적인 저자의 노하우는 여행 기록입니다. 오마에 겐이치는 여행은 '기억만이 아니라 기록'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는 자신이 간 자취, 그곳에서 체험한 것, 느낀 것, 만난 사람들을 세세하게 써놓고 사진은 물론이고 항공권과 차표, 영수증 등 여행에 관련된 모든 것을 붙이고 일러스트로 그려두기까지 한다더군요.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여행 노트만 들추면 여행 당시의 기억 속으로 확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야 여행의 경험을 평생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오마에 겐이치가 소개하는 '생애 최고의 여행'을 아무나 쫓을 수는 없겠지만 사람은 누구에게나 다른 이에게 자랑할 수 있는 '생애 최고의 여행지'는 있기 마련입니다. 아울러 그 생애 최고의 여행지를 누군가에게 제대로 소개하거나 자랑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생애 최고라는 것은 모두에게 매우 주관적인 경험의 결과물입니다. '너무 비싸다'는 핑계로 인생을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오마에 겐이치의 생애 최고의 여행을 대신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생애 최고 여행지'를 찾아 나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면 결코 늦지 않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여행 - 오마에 겐이치가 추천하는
오마에 겐이치 지음, 송수영 옮김,
에디터,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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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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